남북관계 경색에 ‘폐지’ 목소리
전북·세종 등 5곳은 집행 0원
대구·울산 등 관련 조례 없애


의정부=김현수 기자 khs93@munhwa.com

북한의 핵 도발로 남북 관계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대북 사업 목적으로 쌓아놓은 남북교류협력기금이 용처를 찾지 못하고 곳간만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기회에 기금을 아예 폐지해버리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30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통일부로부터 제출받은 지자체별 남북교류협력기금 조성 및 집행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17개 광역 지자체가 조성한 누적 기금액은 1776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연일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이 중 약 497억 원만이 집행됐을 뿐이다. 남북교류협력기금은 남북 간의 상호교류와 협력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조성된 기금으로 1998년 강원도가 처음으로 조성한 이후 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지자체들이 앞다퉈 조성했다. 올해 기준으로 전국 17개 광역 지자체 중 15곳, 226개 기초 지자체 중 145곳이 기금을 운영 중이다.

광역 지자체 기준으로 대구·세종·전북도·충북도·경북도 등 5곳이 기금을 조성한 이래 단 한 푼도 집행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2018∼2022년) 집행 기금액이 10억 원도 안 된 지자체도 부산·광주·대전·울산·충남·제주 등 6곳이었다.

이처럼 남북교류협력기금이 유명무실화되자 관련 조례와 기금을 폐지하는 지자체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광역 지자체에선 대구, 울산이 기금을 폐지했고 기초 지자체에선 인천 옹진군, 울산 울주군, 경기 수원·성남·양평, 경남 양산 등 총 6곳이 기금 폐지에 동참했다. 전국 기초 지자체들의 남북평화협력 지방협의회 이탈도 잇따라 감지되고 있다. 지난 2021년 경기도 주도로 전국 61개 기초 지자체들이 참여한 상태에서 출범한 협의회는 출범 3년 만에 가입 기초 지자체 규모가 61곳에서 19곳으로 크게 줄었다. 최근에는 경기 군포와 포천이 협의회 탈퇴 신청 절차를 밟고 있어 협의회 규모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한편 서울시는 남북협력교류기금을 서울 거주 탈북민과 북한인권단체 지원에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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