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돈재 前 국정원 1차장, 前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권춘택 1차장, 김수연 2차장의 사표를 전격 수리하고 이례적으로 원장 자리는 비워둔 채 신임 1차장에 홍장원 전 주영국 공사, 2차장에 황원진 전 북한정보국장을 임명했다.

김 원장을 하루라도 더 놔둬서는 안 되겠다는 강력한 불신임의 표시이자 국정원 조직 전체에 대한 엄중한 경고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초토화된 국정원을 되살릴 중차대한 임무를 맡은 김 원장이 국정원을 더 망쳐 놨기 때문이다. 김 원장의 가장 큰 과오는 옥석을 가리지 않고 문 정부 부서장 27명 전원을 해임하고 2·3급 120여 명을 해임·좌천시켰다는 점과 측근의 부적절한 인사 개입으로 인사 파동과 내부 갈등 노출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이 지적된다.

특히, 국정원 내부에서는 김 전 원장이 문 정부 병폐 청산을 내세우며 추진한 마녀사냥식 ‘잘라내기 인사’를 해 간부급 인적자원의 ‘씨가 말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실제로 2·3급 간부직위 보직 대상자가 부족해 자격이 안 되는 하위 직급자를 임시 대리직으로 임명한 사례도 많다고 한다. 그동안 인사 관련 파문의 배경을 직원들의 기강 해이나 파벌 다툼보다는 김 원장의 리더십 부족으로 보는 해석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국정원은 더는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정신 차리고 환골탈태(換骨奪胎)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과 위성 기술 고도화 및 군사 도발 가능성, 북·러 군사 협력과 중국의 대북 지원 강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등으로 한반도 안보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어 국정원의 기능이 정상화되지 않으면 큰 안보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안보 환경 변화 대처와 국정원 정상화를 위해서는 우선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가능한 한 이른 시일에 신임 원장을 임명해야 한다. 원장 후보로는 대통령이 신뢰·존경하는 지면 인사와 포용적인 인사가 좋을 것 같다.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서의 국정원의 위상과 자부심을 높일 수 있고 문 정부와 김 전 원장 시기에 상처받은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신임 원장 임명과는 별개로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 수집 역량 강화에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 1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데다 북한의 사실상 9·19 군사합의 파기와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 재구축, 미국 등 전문가들의 경고 등 각종 이상 징후가 잇따르고 있다.

셋째, 광범한 탕평 인사가 필요하다. 문 정부에서 중용됐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업무에 종사했던 직원, 김 전 원장 때 좌천 또는 대기 발령된 직원도 재등용하고 앞으로는 문 정부 시기의 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히는 게 좋겠다. 평생을 국가안보에 헌신한 선배들이 파리 목숨처럼 잘려나가는 것을 지켜본 직원들의 분노와 자괴감·불안감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넷째, 대공수사권 복원, 업무상 직권남용죄와 대북심리전 사업의 한계 등에 관한 자료 수집과 검토에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내년 총선이 끝나면 바로 대공수사권 복원에 들어가야 하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북한의 대남심리전 사업(댓글) 대폭 강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염돈재 前 국정원 1차장, 前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
염돈재 前 국정원 1차장, 前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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