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자들 사재기로 금값 폭등 런민은행 美 국채 팔고 금 매입 금값 뒤에 숨겨진 中 경제 불안
오펙 감산 넘어선 非오펙 증산 미·중이 흔드는 중동 석유 패권 거대한 글로벌 지각변동의 시작
금값과 국제 유가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금은 온스당 2057달러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2020년 8월 2069.4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의 긴축 중단으로 기준금리 인하 전망에 따라 금값은 금리에 반비례한다는 역사적 법칙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달러 가치 하락도 금값을 자극한다. 또 하나의 숨겨진 비밀은 중국의 금 사재기다. 중국 경제의 앞날이 어두워지고 공산당의 ‘부자 때리기’로 자산 해외 탈출이 봇물 터지듯 한다. 당국의 통제를 피해 은닉하기 쉬운 금 수요가 폭발하면서 중국 본토의 골드 바 가격은 홍콩보다 7%나 비싸다.
중국 런민은행도 금을 쓸어 담는 중이다. 외환보유액 중에서 미국 국채는 2013년 1조2700억 달러에서 2023년 9월엔 8594억 달러로 줄었다. 10년간 미 국채를 매각한 돈으로 금을 매입하고 있다. 현재 중국 외환보유액에서 금 비중은 3%로, 미국(66.3%)·독일(66%) 등에 크게 못 미친다. 준기축통화국을 노리려면 공격적으로 금 보유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아예 ‘공동부유’ 노선을 뒤집어 버렸다. 사흘 전에는 상하이를 찾아가 ‘경제 중시’를 천명했고, 공산당 정치국은 “외국 기업의 권익을 수호하고 지식재산권을 적극 보호하겠다”고 선언했다. 반(反)간첩법으로 빠져나가는 외국 자본을 달래려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의 반전은 더 극적이다. 국내총생산(GDP)의 25%, 가계 자산의 70%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지자 아예 건설업체들에 1조 위안(약 180조 원)의 무담보 신용대출을 퍼붓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가 2000만 채를 웃돌면서 민간 소비까지 얼어붙은 탓이다. “또, 빚으로 빚을 막느냐”는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국제 유가는 겨울철 성수기를 앞두고도 배럴당 90달러에서 75달러(WTI·서부 텍사스산 원유)까지 떨어졌다. 중국발(發) 수요 감소 전망 때문이다. 더 구조적인 문제는 공급 쪽에 잠복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네옴 시티 등 ‘비전2030’을 위해 배럴당 100달러의 고유가에 필사적이다. 미국 압박을 뿌리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의 일 200만 배럴 감산에 이어 자체적으로 100만 배럴을 추가 감산했다. 그러나 오펙은 오히려 분열하는 양상이다. 표면적 이유는 앙골라와 나이지리아가 오펙의 의무 감산에 반발하는 것이지만, 그 밑에는 강대국들의 이해가 도사리고 있다.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저유가를 바란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전비 조달을 위해 국제 봉쇄망을 뚫고 원유 수출에 혈안이다. 의외로 저유가에 목을 매는 쪽은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대항마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지지율이 밀린다고 보는 것이다. 전략 비축유 1000만 배럴을 풀고 하마스와 확전을 막기 위해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다.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대해 국제 제재를 모른 척하며 간접 증산을 도모하고 있다. 이란은 슬그머니 일 생산량을 30만 배럴 늘렸고, 베네수엘라도 석유 메이저 셰브런이 설비를 재가동할 경우 일 200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다. 매장량 100억 배럴의 심해 유전을 발견한 브라질까지 일 100만 배럴 증산에 박차를 가하면서 비오펙의 증산이 오펙 감산량을 웃돌기 시작했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은 20년을 끌어온 석유생산수출카르텔금지 법안(No Oil Producing and Exporting Cartels Act)까지 만지작거린다. 상원 법사위 문턱을 넘은 이 법안이 상·하원 본회의를 통과하면 오펙의 유가 담합에 미국의 반독점법을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사우디와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극약 처방이다.
지난 9월 ‘유가 150달러 시대가 오고 있다’는 무시무시한 리포트를 내놓았던 JP모건은 불과 한 달 만에 ‘석유 수요의 파괴가 시작됐다’며 유가 급락을 경고했다. 미국 조사업체인 펀드 스트래트는 ‘본격적인 금값 랠리는 아직 멀었다’며 중기 목표를 현재보다 22.5%나 높은 온스당 2500달러로 제시했다. 요동치는 금과 원유가격이 글로벌 경제의 거대한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치솟는 금값에는 ‘피크 차이나’의 불길한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유가 급락 뒤에는 중동의 석유 패권을 뒤흔들려는 강대국들의 암투가 숨어 있다. 위기이자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