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상정도 못해… 실망감
“성급한 시행… 범법자만 양산”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중소기업이 잘 적응해서 따라갈 수 있도록 시간만 조금 더 달라는데 이마저 정치권에서 외면하다니요.”

경기 포천시에서 27년간 제조업체를 운영 중인 오모(62) 대표는 내년 1월 27일로 다가온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과 관련해 “대부분의 영세 중소기업들은 별다른 대응이나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 대표는 “법에 따르면 안전보건관리 담당자를 최소 1명 이상 채용해야 하는데, 경기 불황으로 기존 직원마저 구조조정을 해야 할 상황이라 채용 여력이 없다”며 “궁여지책으로 근무 중인 중간 책임자 이상급에서 안전보건관리 업무를 겸임하도록 해 관련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법안이 상정조차 되지 못하자 중소기업계가 깊은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영세 중소기업들은 법 적용이 유예되지 않으면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자칫 범법자로 전락해 폐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1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영세 업체들을 중심으로 현실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성급하게 시행될 경우 안전보건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범법자만 양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 시기를 최소 2년 이상 연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가 법 적용 유예를 요구하는 이유는 △복잡하고 모호한 법 내용에 따른 대응 준비 부족 △인력난 속 안전보건관리 전문인력 확보·비용 문제 △기업 대표 처벌에 따른 폐업 우려 등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현재 50인 미만 사업장은 80만 곳 이상으로 50인 이상 사업장의 약 20배에 달한다”며 “안전조치 강화 시 영세 기업들은 비용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차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중대재해 취약 분야를 중심으로 중대재해 감축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최준영·조해동 기자
최준영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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