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학당역사박물관 제공
배재학당역사박물관 제공


진은영 배재학당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

대한제국 고종 황제가 헨리 거하드 아펜젤러(Henry Gerhart Appenzeller·1858∼1902)에게 하사한 ‘나전흑칠삼층장(螺鈿黑漆三層欌)’이 그의 증손녀 다이앤 도지 크롬(Diane DodgeCrom·1957∼ )의 기증으로 2022년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나전흑칠삼층장’은 고종 황제가 조선 최초의 서양식 근대 교육기관인 배재학당을 세우고 조선의 근대화 및 민주화의 토대를 마련한 아펜젤러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한 것으로, 아펜젤러 가문에서 대를 이어 전해오고 있었다. 그의 증손녀인 다이앤이 ‘나전흑칠삼층장’을 통해 아펜젤러의 정신이 계속 전승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 이렇게 ‘나전흑칠삼층장’은 120여 년 만에 고국으로 귀환하게 된 것이다. 이에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서는 유물의 체계적인 보존·관리를 위해 지난 9월에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해 ‘나전흑칠삼층장’의 가치를 고증했다.

‘나전흑칠삼층장’은 높이 180.3㎝, 가로 114.9㎝, 세로 54.6㎝로 검은 옻칠 바탕에 귀갑문과 해포문, 만자문 등의 기하학적인 문양과 수복문자, 문자도가 들어가 있다. 그리고 십장생을 주제로 한 사군자, 포류수금 등 장수, 다산, 부귀의 의미가 있는 다양한 전통 문양도 줄음질과 끊음질 기법으로 화려하게 장식돼 있다.

이번에 기증된 ‘나전흑칠삼층장’은 제작 시기 추적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유물 중 하나다. 근대기 나전칠기 가구가 대개 ‘농(籠)’의 형태인 데 비해 ‘장(欌)’의 형태인 것이 특징이며, 대량 생산과 상업화 양상이 두드러지기 직전의 가구 양식을 보여주고 있어 한국 나전공예 연구의 계기를 마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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