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예(工藝)는 생활 속에 스며든 예술이다. 실용적인 물건에 장식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생활용품을 쓸모 있으면서도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다. 미술의 경계가 흐려지는 시대, 공예의 심미적 가치와 활용도가 다각도로 조명되고 있다. 천재 예술가 파블로 피카소가 말년에 도예에 빠져 630여 종의 도자기 작품을 남기며 "내가 만든 도자기를 모든 시장(市場)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한 것도 아마 이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관습적으로 예술의 우열을 가리면서 공예를 하위장르로 인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피상적인 장르 분류의 고정관념을 깨고 작업이 갖는 예술성에 주목하기 위해 25명의 작가가 모였다. 오는 8일부터 2주간 서울 강남구 플랫폼엘에서 열리는 ‘Just Art! : Beyond Borders’ 전시다. ‘그저 예술(Just Art)’이라는 제목에서 보듯 수직적인 위계로 공예와 순수미술을 보지 않고, 작업이 지닌 예술적 가치에 따라 평가하는 공정한 예술을 지향한다는 의미다.

공예분야에서 국제적인 권위를 지닌 로에베 공예상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된 가죽공예가 김준수를 비롯해 올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고혜정 등 역량 있는 작가들이 예술 오브제, 회화, 설치 등 1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공예작품이 손기술에 더해 자신만의 개념을 구축하고 재료의 물성을 연구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미학적 실험이 담긴 예술이란 점을 강조한다. 장신구와 비장신구의 이분법적 구분을 깨고, 공예와 순수미술이라는 관습적 장르의 경계를 넘나든다.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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