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윤숙자 한국전통음식硏 대표
“개성음식 복원해 ‘유산’ 계승
2,3세대에게 비법 전수할 터”
연천군에서 망향제 개최 예정
개성인의 협동·근면정신 강조
글·사진= 장재선 전임기자 jeijei@munhwa.com
“지난 4년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19, 20기의 사회·문화 상임위원으로 남북의 소통과 화합을 위해 일을 해왔습니다. 이제 미래에 반드시 올 평화통일을 위해 작은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정치인이 이런 말을 했다면 심상하게 들었을 것이다. 전통 음식 명인이 말하니 절로 귀를 기울이게 됐다. 윤숙자(75) 한국전통음식연구소 대표. 최근 서울 돈화문로 연구소에서 만났을 때 그는 절실한 음성으로 “1세대 실향민 어르신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일에 힘쓸 것”이라고 했다. 그가 이런 다짐을 하는 것은 ‘개성시 명예시장’으로 지난달 24일 취임했기 때문이다.
개성에서 태어난 그는 세 살 때인 1951년 1·4 후퇴를 맞아 가족과 함께 서울로 내려왔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해 준 음식을 맛있게 먹었는데, 그게 개성 전통식이었던 것을 커서야 알았다.
“개성이 고향인 왕준련 선생님과 개성시민회 전 부녀회장인 김금옥 여사 등을 스승으로 모시고 개성 음식 만드는 법을 배웠습니다. 2018년엔 개성이 가까운 연천군 장남면에 개성식(食)문화연구원을 개원했지요. 거기 텃밭에 인삼, 고수, 싱아 등 개성 식재료를 키우며 음식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문화재청 미래무형문화유산 발굴 사업의 하나로 개성 지방 사계절·의례 음식 원형을 복원하고 정립했습니다. 개성·개풍·장단이 고향이신 63명의 어르신들을 일일이 만나서 도움을 받았지요.”
그가 개성시 명예시장으로 임명된 배경을 알 수 있다. 행정안전부 산하 이북5도위원회의 ‘미수복 경기 개성시’는 그동안 22번 명예시장을 뒀는데, 이번에 첫 여성 시장이 추대됐다.
윤 대표는 한국 음식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앞장서 온 인물이다. 대학 전통조리학과 교수로 후학들을 키웠고, 세계 각국의 박람회 등 각종 행사에서 우리 음식의 정수를 알려왔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주 스리랑카 한국대사관이 연 ‘코리아 위크’에서 각국 대사들을 초청한 만찬을 주관한 것은 그런 일의 하나였다.
그는 지난 2007년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때 남측 만찬을 총괄하기도 했다. “그때 개성을 지나갔는데, 언니와 오빠가 다녔던 봉동소학교가 그대로 있어서 참 반가웠습니다.”
실향민 1.5세대인 그는 90세가 넘은 1세대 어르신들이 고향이 보고 싶다며 눈물을 흘리는 게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그분들을 위로하고 함께하는 실향민 축제를 열고, 개성이 바라다보이는 연천군에서 망향제를 올리려고 합니다. 어르신들은 ‘남문의 종소리가 들리는 곳이면 모두 개성이야’라고 하시는데, 인근 개풍·장단 지역과도 화합하라는 뜻입니다. 그 지역 출신 어르신들도 함께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그는 개성시민회에 1세대 실향민의 후손들을 영입하고, 정직·협동·근면·절약을 강조하는 개성인의 정신을 후세대에 전하는 방안을 만들 계획이다. 개성 음식을 미래무형문화유산으로 계승함으로써 2, 3세대에 전수하는 일에도 힘쓸 예정이다. “우리 전통 음식은 조선시대 식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조선 식문화는 고려 개성의 식문화가 한양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그러니 개성 식문화는 겨레 고유 유산으로 계승돼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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