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 서철수 미래에셋증권리서치센터장

어지러운 장세일수록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지 재점검해야 한다는 얘기다. 원칙은 1)글로벌 2)우량자산에 3)분산 투자다.

우선 1)글로벌을 강조하는 이유는, 우리 국민의 자산이 거의 국내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균형을 맞춰가야 하는데, 정보와 접근성에 있어 비약적인 발전을 해온 덕에 훨씬 수월해진 세상이다. 2)우량자산이라 함은 그 시장에서 최고거나 희소가치가 매우 높은 자산을 말한다. 가령, 부동산은 ‘입지’일 테고, 주식은 ‘업계 최고의 경쟁력과 수익성 유지’가 핵심일 것이다. 3)‘분산’에는 물론 주식·채권·부동산·대체 등 ‘자산 배분’도 있고 그 안에서 ‘섹터·종목 분배’도 있겠지만, ‘투자 시점’의 분산도 있다.

사실 어떤 자산 혹은 어느 섹터를 더 살 것인가의 문제는, 국내외 경제나 글로벌 투자 트렌드 등을 잘 판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게 우리가 세상을 공부하는 이유다. 하지만 미래를 정확히 예견하는 것은 불가능한 바, 대략적인 큰 흐름(가령 인공지능(AI), 우주항공, 헬스케어 등)만 쫓아도 장기적 관점에선 대체로 성공적일 것이다. 다만 그 안에서도 너무 지엽적인 종목에 올인하게 되면 퇴로가 없어질 경우도 있으므로, 성장산업 자체에 골고루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더 안전한 길일 수 있다.

‘시점 분산’의 경우에는, 탐욕과 공포라는 인간 본성에 대한 절제와 관련된 측면이 있다. ‘탐욕에 더 사고 공포에 다 파는’ 본능적 반응보다는, ‘지나치게 오른 듯하면 좀 줄이고 반대로 공포가 너무 퍼지면 좀 더 사는’ 차가운 이성적 대응이 더 좋다. 당연한 얘기지만 행하기는 쉽지 않다. 이상은 원칙과 기본의 되새김이었고, 실제로 지금 우리 상황은 어떠한가? 시장이 매우 어렵지만, 만일 우량자산에 분산 투자해 놓았다면 큰 걱정 없이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미국 주식시장은 자신의 역사가 증거 자체다. 주지하듯이, 미국 주가는 경기침체 구간에선 하락했지만 오래지 않아 만회하고 결국 장기적으로 꾸준히 상승해 왔다. 전체 시장지수가 그러할진대, 그 안에서도 핵심 우량주들은 더욱 빠르게 회복해 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침체 구간을 미리 피할 수 있다면 당연히 더 좋다. 그래서 최근 글로벌 시장의 가장 큰 고민은 미국이 내년에 침체에 빠질지 말지다. 금융위기급의 큰 침체가 아닌 일반적인 경기침체의 경우 주가는 고점 대비 20% 정도 빠지곤 했다.

현재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은 연고점 대비 10% 빠진 정도니, 향후 있을지 모르는 경기침체를 절반 정도의 확률로 반영한 셈이다. 만일 실제로 침체가 온다면, 추가로 10% 정도 빠진다는 생각을 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침체 리스크를 크게 염려하는 투자자라면, 그런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우량자산인 미 국채(특히 장기채)로의 자산배분 확대를 추천하고 싶다. 최근 미 금리가 급등한 배경에는 1)경기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오래 강하고 2)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 완화(QE) 와중에 재무부의 국채 발행이 급증하고 있으며 3)미 정부의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너무 늘고 있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도 일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침체 리스크가 커질수록 경기와 인플레는 낮아질 것이며, 내년 국채 발행은 정상화될 것으로 보이고, 미 재정 리스크는 초장기 이슈일 뿐 아니라 전 세계 다른 대안도 없어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시 미 국채 수요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왕년의 채권왕 빌 그로스는 미 국채를 ‘더러운 셔츠 중 가장 깨끗한(Cleanest dirty shirts)’ 셔츠로 비유한 적이 있다. 어쨌든 옷을 입어야만 하는데, 다 더럽지만 그나마 나은 걸 입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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