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안 인터뷰 - 울산 현대 왕조 기틀 마련한 홍명보 감독
1983년 창단이후 첫 2연패 달성
인종차별 논란 등 악재 있었지만
팬·선수 함께 슬기롭게 이겨내
“이게 팀이야” 라커룸 호통 영상
팬들에 꾸밈없는 모습 보여준것
선수엔 적절한 긴장감 주려 노력
울산 부임 3년… 업그레이드 할때
공수전환 등 빠른 축구 하고싶다
인천 =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프로축구 울산 현대가 신흥 왕조의 기틀을 마련했다. 울산은 지난해 17년 만에 프로축구 K리그 정상을 차지한 데 이어 올해엔 1983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2연패를 달성했다.
1983년 K리그 출범 이후 40년 동안 2연패에 성공한 구단은 울산까지 총 4곳뿐이다. 성남 FC(구 일화 천마)가 1993∼1995년, 2001∼2003년까지 두 차례 3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수원 삼성이 1998∼1999년 2연패를 달성했고, 전북 현대가 2014∼2015년 2연패한 후 2017∼2021년까지 5회 연속 우승했다. 울산은 K리그 역대 최다 연속 우승인 전북의 6연패에 제동을 걸었고, 이제 다시 자신만의 새로운 기록을 쌓기 시작했기에 기대감이 크다.
그 중심에는 홍명보 감독이 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축구 역대 최고 성적인 동메달을 획득한 홍 감독은 2021년 울산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장기적인 비전 아래 뚝심 있게 정진했다. 그리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 우승을 거머쥐며 지도력을 다시 인정받았다. 홍 감독은 이미 지난 8월 울산과 3년 재계약을 마쳤고, ‘신(新)왕조’ 구축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지난 4일 2023 하나원큐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만난 홍 감독은 감독상을 받은 소감으로 “3연패 준비에 돌입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쉽지 않은 한 해였는데, 중간에 어려운 전환점에서 선수들과 잘 극복해 2년 연속 우승이라는 결과를 낼 수 있었다”면서 “우리의 우승 도전을 다른 팀들이 강하게 저지하려고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걸 이겨내느냐, 못 이겨내느냐가 차이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시상식에 앞서 지난달 25일에도 그랜드하얏트 인천에서 홍 감독을 만나 2연패 속에 얽힌 사연을 들어봤다.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을 위해 인천국제공항 인근에서 대기 중이던 참이었다.
―울산이 K리그1에 새로운 왕조를 세울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3연패는 40년 동안 단 2개 팀밖에 달성하지 못한 엄청난 기록이다.
“새 시즌을 준비하면 반드시 목표를 세워야 한다. 나의 목표가 될 수도 있고, 팀의 목표가 될 수도 있다. 내 목표가 팀의 목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선수들이 중심 역할을 맡아야 한다. 내겐 선수들이 나의 목표, 팀의 목표에 근접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우리가 우승과 3연패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는 만큼 누군가에겐 그걸 저지하고 싶은 욕심이 있을 것이다. 우리의 우승 도전을 다른 팀들이 강하게 저지하려고 할 텐데, 그걸 이겨내느냐, 못 이겨내느냐가 우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압도적으로 우승했으나 내부적으로 악재가 많았다. 특히 지난 6월 SNS 인종차별 논란은 코칭 스태프, 선수단 모두에게 힘든 시간을 안겼을 텐데.(인종차별 논란이란, 울산 일부 선수들이 SNS에서 이명재의 피부색이 까무잡잡하다는 이유로 놀리면서 뜬금없이 2021년 전북에서 뛰었던 태국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 사살락에 비유했던 일을 말한다. 축구계에선 인종차별적 발언이 매우 엄하게 다뤄지고 있다. 홍 감독은 즉각 사과했다.)
“많이 흔들렸다. 그 사건 이전만 해도 우리 팀 모두가 매우 잘했다. 하지만 일이 터지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시기를 어떻게 보낼지가 고민거리였다. 그래도 지난해 우승의 경험이 있었고 어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을 터득한 상태였다. 결과적으론 우승했으나 선수들과 팬, 우리 모두에게 어려움이 닥친 시간이었다. 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중요한 시기에 슬기롭게 넘긴 만큼 앞으로 우리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울산 부임 이후 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훈련, 늘 베일에 가려져 있던 라커룸에서의 생활을 공개해 관심이 많다. 그중에서 발길질을 해대며 “이게 팀이야?”라고 외친 건 홍명보와 울산을 대표하는 영상이 됐다.
“팬들이 그 정도로 관심을 가져줄지 몰랐다. 만약에 카메라를 의식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촬영 중이라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편안하게,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팬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궁금해하기에 꾸밈없이 보여줘야 한다. 나는 우리의 생활을 보여주기로 결정했으나 선수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랐다. 처음엔 부담을 느꼈겠지만 선수들이 편안하게 자신들의 생각과 말을 잘 표현했다. 사실 라커룸을 공개하면 전술 등이 알려질 수 있지만 그런 부분에선 예전부터 열려 있었다. (런던)올림픽 때 ‘공간과 압박’이라는 KBS 다큐멘터리에 공개하기도 했다. 선수들에겐 좋은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감독이란 아무래도 선수들에게 어려운 대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런던올림픽 때 제자들은 여전히 홍 감독을 따르더라. 2010년대 개성 강한 해외파들도 홍 감독 앞에선 ‘순한 양’ 같았다. 그렇다고 마구 호통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은데.
“리더십을 하나의 단어로 정의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울산에 부임한 후 울산에 맞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울산을 이끌고 가는 데 선수도 중요하지만 코칭 스태프와 행정 스태프, 그리고 의무 스태프들이 똑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호 존중을 해야 하나로 뭉칠 수 있다고 봤다.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 나는 감독이라는 역할, 어느 쪽은 선수 역할, 다른 쪽은 스태프 역할을 맡은 것이다. 나는 물론 선수, 스태프 모두 상하 관계가 아닌 평등한 위치에서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지내길 원했다. 그래서 선수들을 지도할 때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긴장감을 주려고 노력한다.”
―선수들에게 인성과 예절을 매우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시즌을 앞두고 동계 전지훈련 중일 때 선수들이 식당에서 현지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고, 이를 크게 혼낸 것으로 안다.
“선수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는 건 기본이다. 인성과 예절을 가르치는 이유는 세상에서 가장 쉽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팀에 재능이 좋은 선수들이 많더라도 인성과 태도, 예절이 없는 선수들이 있다면 언젠가 무너질 수 있다. 인성과 예절이 바르면 언제든 위기가 닥치더라도 이길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항상 선수들에게 인성과 예절을 강조한다. 재능 있는 선수들을 모아놓으면 우승 확률이 높기는 하다. 그러나 울산에 부임하면서 17년 동안 우승하지 못한 이유를 분석했을 때 내린 결론이 인성과 태도의 부족이었다. 위기 상황, 서로가 협력해야 하는 순간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이걸 강조한 후 2연패를 차지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안주하면 도태한다’는 말은 축구에서도 적용되는 것 같다. 올해 울산이 그랬듯 변화를 줘야 내년 3연패가 가능할 것 같다. 어떤 것을 준비하고 있나.
“부임 후 지난 3년간 나름대로 괜찮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본다. 우리가 공을 소유하면서 상대를 몰아넣고 득점을 올리는 방식은 3년 동안 잘 통했고, 재미와 결과 모두 팬들에게 보여줬다. 하지만 여기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야 강해질 수 있다. 여러 방식이 있겠지만 빠른 축구를 펼치고자 한다. 공이 전달되는 과정을 비롯해 공격과 수비의 전환, 공간의 연결 등 우리가 의도하는 대로 스피드를 조절하고 싶다. 원하는 축구를 펼치기 위해 계속 공부하고 있다. 많은 시간 해외축구 경기를 보고, 우리 전술과 비슷하거나 방향성이 같은 팀들의 경기를 분석팀에게 전달한 뒤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옛날보다 정보가 풍부한 시대이고, 선수들이 나보다 먼저 접하기도 한다. 특히 우리 팀처럼 좋은 선수들을 가르치기 위해선 내가 더 많은 정보를 분석하고 지혜를 쌓아야 한다. 공부밖에 답이 없다.”
“아챔 엘리트서 빅클럽 방불 사우디 구단과 맞붙어야… 의식·경기력 국제무대 맞게 업그레이드”
■ 홍 감독 “휴식기 사라져 우려”
“아시아 정상에 도전하기 위해선 우리 의식과 경기력이 국제무대에 맞게 업그레이드돼야 합니다.”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현대를 이끌고 있는 홍명보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우승 도전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홍 감독은 “울산이 2020년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고 3년이 흘렀다. 하지만 현재 울산에 가장 중요한 건 K리그”라며 “K리그에서 준우승만 10번을 했다. K리그 2연패가 현재 울산에 이상적인 성적이라면 더 많은 우승을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엘리트를 노리기엔 아직 울산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K리그에서 정상에 오른 만큼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우승을 목표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준비가 필요하다”며 “국제무대에 맞는 팀이 돼야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 팀이 부족하다. 비싼 선수, 유명 선수를 데려오자는 것이 아니라 지금 선수들이 달라져야 한다. 돈을 투자해 단번에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을 비롯한 우리가 스스로 발전, 경기력은 물론 의식까지 국제무대 수준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울산은 2012년과 2020년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다. 그런데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춘추제로 진행하던 챔피언스리그는 2023∼2024시즌부터 추춘제로 변경됐다. 춘추제로 운영하는 K리그1 팀들엔 최악의 상황.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 구단들이 국부펀드(PIF)의 막대한 지원으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 카림 벤제마(알이티하드) 등 유럽 특급 스타들을 대거 영입, 유럽 빅클럽에 비견되고 있다.
홍 감독은 “가장 중요한 건 챔피언스리그 엘리트의 추춘제 운영으로 선수들의 휴식기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부상의 우려가 매우 크다”며 “내년 우리 팀 주축 선수들은 아시안컵을 마친 직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에 출전해야 한다. 쉴 시간이 없기에 다음 시즌 정규리그를 제대로 소화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 구단들이 어마어마한 유럽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동아시아 지역 구단들이 우승하는 게 쉽지 않아졌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선수들의 동기 유발을 위한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