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합니다 - 박지훈(31)·김지현(여·29) 커플

저(지현)와 오빠는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판매자와 구매자로 만나, 내년에 결혼합니다. 3년 전 겨울, 중고품 거래를 위해 오빠와 처음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직거래 가능 시간을 맞추기 위해 대화하던 중 대화 내용 범위가 좀 넓어졌어요. 해당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서로의 닉네임이 ‘○빵지’로 똑같았는데, 그게 신기해 서로를 궁금하게 만들어줬던 것 같아요. 같은 지역에 사는 또래라는 생각으로 편하게 대화를 이어나갔죠. 그러면서 생각이나 가치관 등이 비슷하다는 것도 알게 됐죠.

2020년 12월 초 저희는 판매자와 구매자 간 비교적 긴 대화를 마치고, 직거래를 위해 약속한 장소에서 처음 만났어요. 당시 날씨가 추워 눈만 보이게 꽁꽁 무장하고 나갔어요. 당시 오빠는 눈만 ‘뿅’ 보이게 하고 나온 제 모습이 귀여웠대요. 저도 그날 오빠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는데, 뭐랄까? 포근했어요. 하하. 기분 좋게 직거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가는 방향도 같아 대화를 더 나누게 됐어요. 짧은 대화였는데, 말투에서 다정함이 느껴지는 그 목소리가 이후에도 자꾸 생각나더라고요.

같은 해 말, 남편의 고백으로 저희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아닌, 연인이 됐어요. 거래 이후에도 저희는 서로에 대한 호감을 내비치며 꾸준히 대화를 이어갔거든요. 그리고 다가오는 2024년 가을, 결혼식을 치를 예정입니다. 남편과 연애하면서 백패킹 취미도 생겼어요. 무거운 짐을 지고 산을 오르는 힘든 활동이지만, 서로 의지하고 다독이며 신뢰도 깊어지게 된 것 같아요.

현재 사계절이 담긴 웨딩 사진을 셀프로 준비하고 있어요. 이번 겨울이 지나면 최종 결과물이 나올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항상 차에 드레스와 부케, 정장을 넣고 다니며 여행 중 마음에 드는 장소를 발견하면 멈춰서 사진을 남겨요. 봄에는 일본에서, 여름에는 제주도에서, 가을에는 자주 가던 공원에서 웨딩 사진을 찍었어요. 이번 겨울에는 남편과 같이 눈사람 만드는 모습과 눈썰매 타는 장면을 담아볼 계획입니다.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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