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내부에 설치된 법원 상징물. 연합뉴스 자료 사진
법정 내부에 설치된 법원 상징물. 연합뉴스 자료 사진


필리핀 불법체류하며 美영주권자인 척…"뉴욕대서 유학"등 달콤한 약속
피해여성 4명에 5560만 원 가로채…재판부 "죄질 매우 불량"



미국 영주권을 가진 포토 저널리스트 행세를 하는 등의 거짓말로 여성들의 환심을 산 뒤, 수천만 원을 받아 챙긴 40대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받았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3단독 최기원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윤 모(45)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60시간 동안 사회봉사를 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윤 씨는 2013년 5월부터 2014년 1월까지 필리핀에서 불법 체류를 하며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알게 된 여성 4명에게 5560만 원이 넘는 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그는 "싱가포르 국적의 미국 영주권자로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수중 촬영 전문 포토 저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거나 "미국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했다"고 소개하며 여성들에게 접근했다. 호감을 얻은 뒤에는 "미국에서 결혼해 함께 지내고 싶다. 결혼하면 뉴욕대에서 유학하게 해주겠다"며 돈을 받아냈다.

또,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업을 정리하기 위해 필리핀에 머물고 있다"고 속이며 "사업장 정리를 위해 공무원들에게 줄 선물을 사다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항공권 비용만 보내면 경비 걱정 없이 싱가포르에서 지인들과 놀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금품을 가로채기도 했다. 윤 씨가 이런 방식으로 여성들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내기까지는 1주일도 채 걸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은 1명당 적게는 553만 원부터 최대 1978만 원의 돈을 윤 씨에게 건넸다.

재판부는 "여성 다수에게 접근해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뒤 인적 신뢰 관계를 이용해 사기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사기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도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피해자 3명에게는 돈을 모두 변제한 뒤 합의했고 나머지 1명에게는 용서받지 못했으나 피해금 전액을 공탁했다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노기섭 기자
노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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