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중국과 맺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에서 전격 탈퇴하기로 한 데는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많은 이익을 누릴 것이란 중국 측의 주장과 달리 이탈리아가 얻은 경제적 효과는 적고 대중 무역적자는 2배 이상 늘어난 때문이다. 일대일로에 가입한 개발도상국들도 잇따라 빚더미에 앉으며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고 있어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일대일로에서 탈퇴하는 국가들이 더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6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3일 일대일로 협정을 갱신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식 서한을 중국 측에 전달했다. 안토니오 타야니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이날 로마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원하는 효과를 내지 못했으며 더 이상 우선순위가 아니다”고 말해 탈퇴 배경이 일대일로 참여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미비했던 탓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타야니 부총리는 “지난해 이탈리아의 대중국 수출액은 165억 유로(약 23조5000억 원)에 그쳤지만, 프랑스는 230억 유로, 독일은 1070억 유로에 달했다”며 “실크로드는 우리가 기대했던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일대일로 참여 후 이탈리아의 대중 무역적자도 확대됐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대중 무역적자는 일대일로에 가입하던 2019년 140억 달러(약 18조 원)였지만, 2020년 146억 달러, 2021년 152억 달러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29억 달러까지 급증했다. 일대일로 참여 후 4년 만에 대중 적자가 2.4배 늘어난 것이다. 일대일로에 참여한 다수의 개도국도 빚더미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이 개도국들에 제공한 차관 규모는 1조 달러인데 현재 파키스탄 등 12개국이 디폴트를 선언하거나 경제 위기에 빠진 상태다.
한편 유럽연합(EU)과 중국은 7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4년 만에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날 오전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회담을 가졌으며, 이어 오후에는 리창(李强) 총리와 회동한다. 양측 정식 회담은 EU 현 집행부가 출범한 2019년 이후 처음이지만 공동성명 발표도 예고되지 않아 공급망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이견만 재확인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