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판평론가의 서재

생전에는 오귀스트 로댕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지만, 사후 “화려하게 부활해 독자적 예술성을 인정받은 여성 예술가”가 바로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이다. 로댕은 한때는 “연인이자 뮤즈”였던 카미유와 결별한 이후 “카미유가 자신을 능가할까 봐 두려워”했다. 19세기 말, 여성에게 냉혹한 시대였으므로 가족들은 로댕의 정부가 된 카미유를 수치로 여겼다. 여러 걸작을 연달아 내놓았지만, 사람들은 “로댕이 도와줬을 거”라고 수군거렸다. 끝내 정신병원에서 30년 세월을 보내는 동안 카미유는 “가열한 예술혼도, 불나방 같은 사랑도, 눈부신 청춘도” 빼앗기며 세상에서 잊혔다. 1943년 10월 정신병원에서 결국 세상을 떠났지만, 찾아오는 이 없는 무연고자 시신으로 공동묘지에 묻혔다. 로댕의 걸작 ‘키스’와 미완성 작품 ‘지옥의 문’은 카미유가 없었다면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작품들이다.
143점의 작품 중 자화상만 55점을 남긴 프리다 칼로는 소아마비와 10대 시절 교통사고로 평생 장애와 더불어 살아야 했다. “자화상을 왜 많이 그리느냐?”는 질문에 “나는 너무나 자주 혼자다. 내가 가장 잘 아는 주제는 나 자신뿐”이라고 대답한 프리다에게 자화상은 “그림으로 쓴 그녀의 자서전”인 셈이다. ‘두 명의 프리다’는 “이중적 모순과 두 가지 정체성”을 지닌 자신의 모습을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멕시코 여인 프리다와 유럽 스타일의 프리다는 모두 그 자신이었고, 몸 바깥으로 나온 심장은 평생 겪어온 고통을 상징한다. 하지만 두 심장은 “동맥으로 연결”되었고, 맞잡은 두 손은 결국 이 모든 것이 그 자신임을 당당하게 밝힌다. 저자는 케테 콜비츠, 루이스 부르주아, 수잔 발라동 등 “한결같이 시대와 불화하며 작품을 탄생시킨” 12명의 여성 미술가의 삶을 복원하며, 매혹적인 삶을 살다간 이들의 자취와 조우케 한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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