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종합운동장 인근 주유소 앞 인도에서 바라본 올림픽대로 진입로. 보행자의 진입을 막는 안전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다. 박상훈 기자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종합운동장 인근 주유소 앞 인도에서 바라본 올림픽대로 진입로. 보행자의 진입을 막는 안전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다. 박상훈 기자


용산 성촌공원-강변북로 사이
종합운동장 인근 올림픽대로 등
펜스 등 분리시설 찾을 수 없어
취객·치매 노인 등 안전 무방비
작년 전용로 보행자 사망 30명




지난해 자동차전용도로에서 보행자 교통사고가 전년 대비 20% 늘어나면서 경각심이 커지고 있지만 무심코 걸어가다 보면 자동차전용도로로 이어지는 ‘빈틈’이 곳곳에 있는 데다가 이를 차단하는 안전시설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취자, 치매 노인 등이 이런 사고에 취약한 만큼 안전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경찰, 서울시설관리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11일 강변북로 일산 방향 올림픽대교 인근에 30대 여성이 걸어 들어왔다가 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여성은 주취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으며, 인근 강변북로 바깥쪽엔 이 여성이 벗어둔 것으로 보이는 가방 등 소지품이 발견됐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운전자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입건 후 수사 중이다.

자동차전용도로에서의 보행자 사망사고는 증가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자동차전용도로에서의 보행자 사고는 △2020년 218건 △2021년 227건 △2022년 273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사망자는 △2020년 23명 △2021년 27명 △2022년 30명이다. 서울 지역으로만 한정해서 보면 2019년부터 2023년 10월 11일까지 자동차전용도로에서의 보행자 사망사고는 8건에 달한다. 이 중 치매 노인이 2명, 주취자가 4명이었다.

보행자의 자동차전용도로 진입을 막는 안전시설이 부족한 탓이다. 서울 지역의 경우 서울시설관리공단이 자동차전용도로 진·출입구 192곳에 보행자 진입 금지 표지판을 세우고 주요 ‘진입 우려 구역’에 차단시설을 설치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원효대교 북단과 맞닿아 있는 용산구 이촌동 성촌공원을 찾아가 보니, 공원과 강변북로로 이어지는 차로를 분리하는 안전시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운동기구나 벤치가 있는 곳에서 풀숲을 가로질러 약 5m만 이동하면 바로 자동차가 달리는 강변북로에 도달할 수 있는 구조다. 인근에 거주하는 이모(88) 씨는 “(공원과 도로 사이에) 펜스가 없으니까 무심코 지나갈 수도 있고, 특히 치매 노인들에게 위험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강남구 삼성동 종합운동장 인근 올림픽대로 진입로도 마찬가지다. 진입로 근처엔 주유소가 있는데, 주유소 앞 인도를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바로 올림픽대로에 닿는다. 보행자 진입 금지 표시판의 경우 야간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게 지역 주민들의 설명이다. 시설관리공단은 이 표지판을 야간에도 식별할 수 있도록 발광 소재로 교체하고 있으나 교체된 곳은 절반 수준인 100곳에 불과하다.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보행자들의 진입을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인공지능(AI)이 탑재된 CCTV를 통해 자동차전용도로에 진입한 보행자들을 탐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관련기사

권승현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