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부, 150원 올라 1700원
용인·김해 1600원으로 인상
예측보다 이용객 한참 모자라
재정난에 연 수백억 혈세 투입
“무리한 사업추진이 만든 결과”
의정부=김현수·부산=이승륜 기자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경기 의정부경전철과 용인경전철이 최근 이용 요금을 인상한 데 이어 부산김해경전철도 적자 보전을 위해 요금 인상 카드를 빼 들었다. ‘엉터리’ 수요 예측에 따른, 예상보다 훨씬 적은 이용객이 적자의 주된 원인으로 이들을 포함한 전국 5개 경전철은 매년 많게는 수백억 원의 세금을 흡입하는 ‘혈세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지난 10월 수도권 대중교통 통합환승제로 묶인 서울·경기·인천 등이 수도권 도시철도 기본요금을 1250원에서 1400원으로 인상함에 따라 의정부경전철도 같은 달 요금을 1700원으로 올렸다. 의정부경전철 요금은 기본요금(1400원)에 적자 보전을 위해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별도요금(300원)을 합친 것이다. 별도요금 200원을 받던 용인경전철 역시 요금을 1600원으로 인상했다. 이들 경전철은 적자 보전을 위해 별도요금을 당분간은 폐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난달에는 부산김해경전철이 시설 노후화로 인한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이유로 지난 2017년 100원 인상 이후 7년 만에 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이달 중 기존 요금 1300원에서 150원을 올려 1450원으로 인상하고 내년 5월 150원을 추가 인상할 예정이다.
이처럼 전국 경전철이 잇따라 요금을 올린 배경에는 사업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하게 부풀린 수요 예측의 실패가 도사리고 있다. 전국에선 우이신설·부산김해·의정부·용인경전철과 김포도시철도 등 총 5곳의 경전철이 운영되고 있는데 모두 심각한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인경전철의 경우 지난해 적자만 284억 원에 이른다. 애초 용인경전철의 경우 수요 예측에서 하루 이용객이 16만 명에 달할 것으로 봤으나 정작 2013년 개통 이후 이용객은 하루 1만 명에 그쳤다. 개통 11년 차에 접어든 올해 하루 평균 이용객 수는 3만4700명으로 수요 예측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
의정부경전철도 적자 보전에 한숨이다. 지난 2012년 개통 첫해 하루 이용객 수가 1만5000명에 불과해 예측했던 이용객 수인 7만9000명에 한참 모자랐는데 올해도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결국 지난해에만 89억 원의 적자를 떠안게 됐다. 부산김해경전철의 경우 2011년 개통 당시 수요 예측은 17만 명이었으나 올해 하루 평균 이용객 수는 4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부산김해경전철은 지난 2017년부터 수요 예측 대비 모자란 이용객 수로 적자를 따지지 않고 수익과 운영 비용 차이에 대해서만 세금으로 충당하는 방식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전철 경영 정상화를 위해 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자체들이 재정 여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경전철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이 같은 사태를 초래했다”며 “이미 막대한 혈세가 투입됐고 투입이 예정된 만큼 요금을 사정에 맞게 인상해 적자 폭을 줄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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