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지원 손길에 해빙무드
“에게해를 평화·협력의 바다로”


에게해 영유권 분쟁 등으로 오랫동안 적대관계에 있었던 튀르키예와 그리스가 역사적인 관계 개선에 합의했다. 지난 2월 대지진이 강타한 튀르키예에 그리스가 먼저 지원의 손길을 내밀며 양국 사이에 해빙 분위기가 조성된 덕분이다.

7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그리스 수도 아테네를 6년 만에 공식 방문해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선린 관계 추구를 위한 공동 선언문에 함께 서명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 사이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없다”며 “에게해를 평화와 협력의 바다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미초타키스 총리는 “과거에는 양국 관계가 위험할 정도로 위협적이었으나 지금은 차분한 길을 걷고 있다”며 “국경이 맞닿아 있는 것처럼 두 국가를 나란히 이어줘야 한다는 역사적 책임감을 느낀다”고 화답했다. 이날 양국은 교역 규모를 현재의 두 배가량인 100억 달러(약 13조1800억 원)로 늘리고, 불법 이민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 해안 경비대 간 통신 채널 구축에도 합의했다.

튀르키예와 그리스의 앙숙 관계는 15세기 말 그리스가 튀르키예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에 450년간 식민 지배를 당한 역사로 인해 수백 년간 이어졌다. 1821년 독립을 선언한 그리스는 제1차 세계대전 승전국이 되면서 1923년 로잔 조약에 따라 에게해의 여러 섬을 얻었다. 이후 두 나라는 배타적경제수역(EEZ) 설정과 석유·천연가스 자원 개발 등 에게해를 둘러싼 여러 문제에서 마찰을 빚어왔다. 그러나 올 2월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를 그리스가 지원하면서 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탔다. 이날 미초타키스 총리는 “정치적 대화의 다음 단계로 에게해와 동지중해의 대륙붕과 EEZ를 구분하는 접근법이 될 수 있다”며 향후 해상 국경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한편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둘러싸고 오랜 기간 분쟁을 벌여온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도 이날 관계 정상화 추진과 포로 석방에 합의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
이현욱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