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시진핑 체제 등 영향
연1000억달러 규모 中투자펀드
올들어 43억5000만달러로 급감
주식·채권 투자 310억달러 순감

불이익 우려 ‘눈치보기식’ 축소


중국 시장에 적극적이었던 미국 월스트리트의 큰손들이 조용히 중국 관련 투자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에 대한 우려로 인해 외국 자본 이탈이 가속하고 있다는 평가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최근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며 2017년 이후 6년 만에 강등 가능성을 예고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및 미국 투자정보업체 프레퀸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의 대형 사모펀드 업체들이 중국 투자를 위해 모집하는 펀드 규모는 종전만 해도 한 해 1000억 달러(약 131조8000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지난 11월 말까지 월스트리트에서 조성된 중국 관련 펀드 액수는 모두 43억5000만 달러(약 5조7000억 원)로 감소했다.

실제로 대형 사모펀드 칼라일은 중국과 관련한 신규 펀드 모집을 중단했다. 뱅가드 등 대형 투자업체들도 중국과 관련한 투자계획을 폐기하거나 취소했다. 신규 투자 외에 기존 투자도 축소하는 분위기다. 대형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는 최근 보유 중인 중국 관련 주식을 대폭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는 국제 자본시장에서 중국 시장에 대해 가장 우호적인 인사로 꼽히는 레이 달리오가 설립한 업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중국 주식과 채권에 대한 국제 자본의 투자액은 올해 들어 지난 10월 말까지 310억 달러(약 39조7000억 원) 순감했다. 이는 중국이 지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가장 크게 줄어든 규모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국에 대한 투자를 줄이라는 미국 정치권의 분위기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연방 하원의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장인 마이크 갤러거(공화·위스콘신) 의원은 지난 9월 월가의 주요 업체 경영진과 만나 중국과 다른 적대국에 대한 강력한 투자 제한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월가의 대형 업체들은 투자를 대폭 줄이면서도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중국 시장이 회복했을 때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시 주석의 기업인 만찬에는 월가의 큰손들이 총출동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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