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뒤 발족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42일 만에 활동을 2주 앞당겨 7일 종료했다. ‘혹시나’ 하는 기대는 ‘역시나’로 끝났다. 인요한 위원장은 “50%는 성공했고, 나머지 50%는 당에 맡긴다”고 했다. 김기현 대표를 향해 “정치가 얼마나 험난하고 어려운지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줘 많이 배우고 나간다”는 뼈 있는 말에서 보듯 애초 현 지도부는 혁신의 의지가 없었다.

“아내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첫 일성으로 활동을 시작한 인 위원장은 당 지도부와 중진, 그리고 ‘윤핵관’을 향해 험지 출마나 불출마 등 희생을 요구할 때만 해도 국민이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친윤’ 장제원 의원은 버스 94대를 동원해 “알량한 정치인생 연장하며 서울 안 간다”고 사실상 혁신위를 조롱했다. 김 대표도 지역구인 울산에서 의정 보고회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과 수시로 만난다”며 ‘윤심’으로 방어막을 쳤다. 이들이 솔선수범하면서 다른 의원들에게 호소해도 효과를 예측하기 힘든데, 이런 식으로 나부터 살겠다고 나서면 현 지도체제로 인적 혁신은 불가능하다. 오죽하면 인 위원장이 “(혁신위 안을 받지 않겠다면) 공천관리위원장으로 나를 추천해 달라”고 했겠는가. 이런데도 김 대표는 “자리 욕심”이라고 역공했다. “전권을 주겠다”던 당초 약속도 빈말이 됐다.

혁신위 해체 선언 당일 최고위원회에서 최고위원들은 이재명 대표 비난에 열을 올렸을 뿐 혁신 당위성을 거론하지 않았다. 인 위원장 효과로 한때 반짝했던 당 지지율과 윤 대통령 지지율은 계속 밑바닥이다. 당 자체 분석 결과로도 서울 49석 가운데 우세 지역은 6곳 정도로 파악됐다고 한다. 4년 전 총선 때보다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 부산 민심도 엑스포 유치 실패로 흔들리는 조짐이 보인다.

김 대표 측은 언젠가 결단할 것이라는 식으로 흘리면서 뒤에서는 ‘김 대표 체제’를 더 강고히 한다. 나중에 혁신하겠다는 말은 혁신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한시바삐 물러나는 게 윤 정권을 위하는 길이다. 한동훈·원희룡 장관 투입이나 비상대책위 발족으로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보장은 없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필패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