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시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시스
워킹맘이 어린 자녀를 양육하고자 새벽 근무를 거부했다고 본채용을 거절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업주에게 소속 근로자에 대한 ‘일·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배려의무’가 인정된다는 것을 최초로 인정한 판결이다. 원심(2심)은 정당한 해고라고 봤지만 대법원이 이를 뒤집은 것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근로자 A 씨의 해고가 정당하다고 본 2심 판결을 확정하지 않고 파기했다. 대법원은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만 1세, 6세 자녀를 둔 워킹맘 A 씨는 한 고속도로 영업소에서 근무했다. 애초 양육을 이유로 초번 근무를 면제받고 공휴일에 연차를 사용하는 것으로 대체했지만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바뀐 업체는 A 씨의 고용을 승계하며 3개월 수습 기간을 뒀는데, 시용 종료 후 2017년 6월, A 씨의 본채용을 거부했다. A 씨가 월 3~6회 초번 근무를 거부하는 등 근무지시를 위반해 평가 결과가 낮다는 이유였다.

이에 A 씨는 "본채용 거부통보는 부당해고나 마찬가지"라며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본채용 거부에 합리적 이유가 없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용역업체는 중앙노동위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1심과 달리 2심은 "본채용 거부통보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며 용역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A 씨가 어린 자녀를 키운다는 사정만으로 근로계약상 인정되는 초번 근무나 공휴일 근무 자체를 거부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자녀 양육에 따른 근무상 어려움을 근로자 개인이 전적으로 감당해야 한다고 볼 수 없고 사업주에게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기 위한 배려 의무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용역업체는 A 씨가 아이를 보육시설에 등원시켜야 하는 평일 오전 이른 시간이나 공휴일에 근무해야 할 때 양육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사정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수년간 지속해 온 근무형태를 갑작스럽게 바꿔 공휴일에 매번 출근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A 씨의 자녀 양육에 큰 저해가 된다"며 "반면 용역업체는 A 씨에게 공휴일 근무를 지시해야 할 경영상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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