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유모(28) 씨는 최근 ‘사이버 농사’ 게임 삼매경에 빠졌다. 스마트폰 앱 안에서 디지털 작물을 재배하면 고구마·계란·상추 등 실제 채소와 과일이 집으로 배달되는 게임이다. 일주일을 투자해 계란 한 판을 받았다는 유 씨는 “혼자 살게 되면서 식비가 항상 고민이었는데, 조금이라도 살림에 도움이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물가가 고공 행진하면서 사회초년생, 대학생 등 지갑이 얇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서 ‘앱테크’ 열풍이 불고 있다. 앱으로 농사를 지어 실물로 보상을 받거나, 폐기 직전 ‘떨이 음식’이나 ‘못난이 채소’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앱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 작물을 키워내면 실제 채소로 보상받는 앱이 젊은 세대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른바 ‘보상형 농장 게임’인데, MZ세대가 자주 사용하는 SNS 등엔 “빨리 자라는 작물 추천 리스트” “맞○(앱 이름) 친구 구함” 등의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

음식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날을 넘기면 폐기되는 음식 등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앱도 인기다. 대표적인 앱 ‘라스트오더’에 따르면 전체 회원 90만 명 중 2030 세대의 비율이 85%에 달한다. 대학생 윤모(25) 씨는 “30%나 할인된 가격에 따뜻하게 요리된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일주일에 1번 이상은 사용 중이다”라고 전했다. 외견이 매끈하진 못하지만 품질엔 하자가 없는 못난이 채소를 애용한다는 1인 가구 이모(32) 씨는 “유기농 제품인데도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저렴해 2주에 한 번씩 정기배송 받고 있다”고 전했다.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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