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취임식을 한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 앞에는 김명수 체제 6년 동안 급속히 악화한 온갖 사법부 병폐가 쌓여 있다. 차근차근 해결해야 하겠지만, 재판 지연 문제는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에 속한다. 특히 일부 야당 인사들과 여러 간첩단 사건 피고인들의 교묘한 재판 지연 술책에 휘둘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과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쌍방울 그룹의 불법 대북 송금 사건에 연루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는 지난해 10월 기소된 뒤 재판을 받아 오다가 올해 10월 말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다. 기각 결정에 1심 9일, 2심 8일 걸렸는데, 대법원에선 14일이 지나도록 판단이 나오지 않고 있다. 내년 2월 법관 정기 인사 이전에 결론이 안 나면 새 재판부에서 다시 재판을 진행해야 하므로 상당 기간 선고가 미뤄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내년 4·10 총선 전에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에 불리한 결론이 나오는 걸 최대한 막아보자는 전략에 동조하는 셈이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때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로 지난해 9월 기소된 사건은 1심 선고를 6개월 안에 끝내도록 한 선거법에 따라 올해 3월 7일까지 선고가 났어야 했지만, 아직도 진행 중이다. 재판부가 재판을 2주일에 한 번 열기로 하는 등 재판 지연 전술을 사실상 방조한 책임이 무겁다.

‘창원 간첩단’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 4명이 재판부의 보석 결정으로 지난 7일 풀려났다. 올해 3월 기소된 이들은 관할 이전 신청, 국민참여재판 신청, 재판부 기피신청, 재판장 고발 등으로 재판을 계속 중단시켜 결국 1심 구속 기한 6개월이 임박해 보석으로 풀려났다. ‘제주 간첩단’ ‘청주 간첩단’ ‘민노총 간첩단’ 등 유사한 사건 피고인들이 전부 그렇게 풀려났다. 원래 재판부 기피 신청, 국민참여재판 신청 등을 통한 재판 지연 전술은 간첩단 사건 피고인들의 전문 영역이었는데, 최근 정치인 사건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조희대 사법부의 특단 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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