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감사위원회 “규정에 따른 감사…무리한 감사 없어” 해명
“하위직만 닥달, 무죄 입증에도 사과 없고 책임 안져” 비판 봇물
가족수당을 부정 수급했다는 의혹으로 서울시 감사위원회의 감사를 받던 서울 소방재난본부 소속 소방관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감사 시기와 방법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무리한 감사는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과거 시 감사위원회의 ‘실적 채우기식’ 구태 의연한 감사 기법을 경험한 시청 공무원들은 “감사 대상자를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간 감사위원장과 감사담당관에게 책임을 묻고 아예 감사위원회의 기능과 감사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12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소방재난본부 산하 한 소방서에 재직 중이던 40대 소방관 A 씨는 시의 감사를 받던 중 지난 5일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시 감사위원회는 지난 10월 24일부터 11월 30일까지 소방재난본부를 대상으로 수당 수급 관련 종합 감사를 벌였고, A 씨 등 소명이 필요한 직원들을 추려 진상을 파악해왔다. A 씨는 실제 부양가족과 거주하지 않고 있음에도, 관련 수당을 받아온 것으로 의심받고 있었다. 공노총에서는 서울시가 소방관들을 무리하게 감사했고, 중병을 앓으며 일선 소방서에서 일하던 A 씨를 압박하면서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다고 날을 세웠다.
공노총은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고인에 대한 서울시 감사는 고인을 ‘범죄자’로 잠정 낙인찍고, 법도 절차도 무시한 채 마구잡이식으로 이뤄졌다”며 “기관의 의견을 듣기는커녕 공무원 개인에게 직접 연락해 필요 이상의 자료를 강요하는 월권행위가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거주지 확인을 위한 자료가 충분함에도 감사관은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해 공무원을 닥달했으며, 고인에게 직접 전화를 얼어 ‘가족의 카드사용 내역’, ‘가족과의 통화 내역’등을 집요하게 요구해왔다고 한다”며 “감사 때마다 절차와 과정은 무시한 채 피감기관 공무원 노동자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고 영혼까지 탈탈터는 인권 무시 갑질감사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안에 대해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규정에 따라 진행했으며 무리한 감사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A 씨를 포함해 소명 대상자로 분류된 사람들이 가족수당 대상자들과 실제로 생계를 같이 하는지 정확하게 확인이 필요했고, 소방재난본부를 통한 관련 자료 요청은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상 적법했다는 것이다. 감사위원회는 전날 공무원노조 대표단과 면담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적극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감사를 받는 직원을 극단적 선택으로 몰아갔다는 점에서 감사위원회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다. 한 시 고위간부는 문화일보에 “오래 전 이뤄진 정책 결정을 뒤늦게 감사한다며 괴롭힘당한 것에 치가 떨린다”며 과거 경험을 전해왔다. 이 간부에 따르면, 5년 전 전임자에 의해 이뤄진 정책 결정을 감사담당관에서 현직에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감사하는 과정에서 직원들과 함께 애를 먹었다고 한다. 3년에 걸쳐 감사했지만 뚜렷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자, 뒤늦게 감사위원회에서 ‘징계 수위’ 거래를 시도해왔다는 것이다. 이 간부는 “당시 의사 결정을 했던 사람은 고위직으로 영전했는데 그 사람에게는 아무 소리 못 하고 하위직들만 취조하는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감사 과정에서 잘못·오류가 발견될 경우 감사위원장과 감사담당관도 응분의 책임을 지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비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공무원에게 암행감찰반원을 붙인 사실이 발각되자 발뺌한 감사위원회의 구태도 도마에 올랐다. 자신이 처리한 간부 징계안이 두 차례의 재판 끝에 무죄가 나와 무고함이 입증됐는데도 당사자에게 사과하거나 잘못된 결정을 책임지지 않은 채 버젓이 3급 부이사관으로 승진 후 본청에서 기획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감사위원회 출신 고위 간부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차 비난 대상이 되고 있다. 한 시청 간부는 “감사받던 직원을 죽음에 이르게 한 과정이 합법적이라고 해도 감사위원회의 감사 기법은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감사직렬이 생긴 후 업무 역량이 떨어지는 직원들이 감사직으로 지원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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