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 공개된 녹취 파일서 드러나…宋, 증인 출석해 “의례적이고 공개된 내용”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북한 지령을 받고 이적단체를 구성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충북동지회’와 면담하면서 자신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로부터 견제를 받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송 전 대표는 재판에 출석해 면담 내용이 “의례적이고 대부분 언론에 공개된 내용”이라고 증언했다. 검찰은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 전 대표의 입장 및 견해가 국가 안전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기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2020년 10월 20일 충북동지회 사건 피고인 4명과 면담 자리에서 “2018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측의 견제를 받아 참여하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해당 내용은 청주지법 형사11부(부장 김승주)의 심리로 이뤄진 ‘충북동지회’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27차 공판에서 재생된 충북동지회와 송 전 대표 간 27분 분량의 녹취 파일을 통해 드러났다.
녹취 파일에서 송 전 대표는 피고인들에게 “가장 아쉬운 게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2020년 사이에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자고 했는데 우리 쪽에서 후속 조치를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충북동지회 고문 박모 씨가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뵈니까 어떻냐”고 물었고, 송 전 대표는 “직접 보지 못했다”며 “화나는 게 청와대 누구라고 말은 못하지만, 견제하는 사람이 많아서 내가 북방경제위원장인데도 판문점 선언 시 만찬 때 아무도 초청을 안 해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내가 가야 할 자리인데, 그때 우리 당도 아니었던 박지원(당시 민주평화당 소속)을 넣었다. 나중에 평양에 갔더니 왜 그때 안 오셨냐 해서 내가 할 말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배려해서 나진-하산도 내가 처음 들어본 거 아니냐”며 자신의 역할을 강조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산 유연탄 등 광물을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54㎞ 구간 철도로 운송한 뒤 나진항에서 화물선에 옮겨 한국이나 중국으로 수출하는 남·북·러 복합물류 사업이다.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한국 정부가 해운 관련 대북 독자 제재에 나서면서 프로젝트도 중단된 상태다. 송 전 대표는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이던 지난 2018년 7월 러시아를 통해 북한 나진항 방문한 바 있다. 송 전 대표는 “러시아가 특별열차를 제공해 줘서 거기(나진)로 들어갔다. 중국을 통해 북한 간 적은 있지만 러시아를 통해서 나진-하산 철도를 보러 간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4일 충북동지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해당 면담에 관해 “통상적인 면담이었다”며 “국회 외통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동의도 없이 몰래 녹음을 했다는 사실이 당혹스럽다. 이 자리를 빌려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당일 재판에선 충북동지회 부위원장 윤모 씨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대북보고문 등이 저장된 USB를 확보한 과정을 녹화한 영상을 재생해 증거조사 실시했는데, 피고인들은 국정원 수사관이 조작된 USB를 몰래 이불 등에 숨겼다가 발견했다며 증거 조작을 주장하기도 했다.
충북동지회 소속 4명은 2017년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 지령에 따라 조직을 결성해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2021년 재판에 넘겨졌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동일한 내용의 사상학습을 하거나 F-35A 스텔스 전투기 반대 활동, 북한 지령문 수신 또는 발송, 공작금 2만 달러 수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조직원 영입을 위해 사상 동향을 탐지하고, 주체의 한국사회변혁운동론 등 이적표현물 1395건을 소지한 혐의도 적용됐다. 충북동지회는 현재까지 네 차례에 걸쳐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며 28개월째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김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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