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9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연. 수천명의 팬들이 그의 첫 아르헨티나 콘서트를 관람하기 위해 모였다.  AP연합뉴스
지난 11월 9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연. 수천명의 팬들이 그의 첫 아르헨티나 콘서트를 관람하기 위해 모였다. AP연합뉴스


■ Why - 타임 ‘올해의 인물’… ‘스위프트 신드롬’ 왜

여성 차별 지적·전남친 디스 등
인생사 털어놓는 싱어송라이터
팬들과 적극 소통으로 깊은 유대
생소한 장르… 국내 팬층은 약해

월드투어 지역 식당·호텔 매출↑
공연 매출 1.3조 최고기록 세워
신조어 ‘스위프트노믹스’ 나와


미국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34)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뽑은 ‘2023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대중예술인이 자신의 본업으로 이 부문을 장식한 건 역대 최초다. 단순한 대중적 인기를 넘어, 그에게는 ‘섬싱 뉴(something new)’가 있다는 뜻이다. 스위프트는 올해 ‘스위프트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그가 진행 중인 월드투어 ‘디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 공연이 열리는 곳마다 식당, 호텔 등의 매출이 급격히 늘어 어마어마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그가 일구고 있는 전례 없는 신드롬은 어디서 기인할까?

◇스위프트의 ‘메시지’

스위프트는 싱어송라이터다. 그가 직접 만드는 노래 속에는 솔직하게 털어놓은 자신의 인생사와 서사가 담긴다. “나는 남자”라고 가정하고 여성으로서 겪는 차별을 지적해 그를 페미니스트로 부상시킨 곡 ‘The Man’, 자신의 장·단점 그리고 톱스타로서 겪고 있는 불안감을 녹여낸 ‘anti-hero’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가수와 비교하자면 가수 아이유와 유사하다. 하지만 스위프트는 보다 직접적이다. 자신의 전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한 연애사 등 사사로운 부분까지 공개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팬들이 공감을 넘어 열광하는 이유다. 게다가 그 ‘전 남친’들이 꽤 유명하다. 원디렉션의 해리 스타일스, 톰 히들스턴, 존 메이어, 제이크 질런홀 등 화려한 남성 편력을 자랑하는 그는 가사를 통한 ‘디스’(disrespect)를 빼놓지 않는다. ‘I Knew You Were Trouble’ ‘Dear John’ 등 이별 노래들을 듣고 과연 ‘어느 전 남친’을 공격하는 것인지 추측해보는 것도 그의 노래를 듣는 묘미 중 하나다.

◇스위프트의 ‘유대’

그룹 방탄소년단(BTS)에게 ‘아미’가 있다면 스위프트에겐 ‘스위프티’가 있다. 그는 또래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다. 1989년생인 그와 비슷한 나이대인 밀레니얼 세대는 그의 노래를 들으며 자라왔다. 마치 “Z세대 이전에 M세대가 있었다”고 외치는 듯하다. 그들은 스위프트와 함께 성장하는 느낌으로 그를 응원하는데 이는 팬덤 아미가 BTS와 함께 커온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적극적인 소통 역시 스위프트와 그의 팬덤 ‘스위프티’의 유대를 강하게 만들었다. 그의 콘서트의 가장 큰 차별점은 ‘T-Party’. 콘서트 때 가장 열정적으로 응원하거나 기억에 남는 팬들을 스위프트가 직접 골라 콘서트가 끝난 후 교류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SNS에서 팬들의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답변하는 등 팬들도 스위프트 스케줄을 ‘함께 소화한다’는 느낌을 주는 양방향 소통도 빼놓을 수 없다. 팬의 결혼식 청첩장을 받고 브라이덜 샤워에 참석해 “당신 인생에 나를 초대해줘서 고맙다”고 말한 영상은 스위프티들의 ‘입덕’ 모멘트 중 하나다. 이 외에도 팬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는 등 ‘역조공’을 하거나 백혈병을 앓고 있는 소녀팬에게 5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팬들의 소중함을 잊지 않은 ‘겸손한(humble)’ 스타로 평가받는다.

◇스위프트의 ‘경제적 효과’

스위프트의 경제 효과인 ‘스위프트노믹스(Swiftnomics)’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보고서에도 등장할 정도다. Fed는 지역별 경제 동향을 담은 보고서에서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가 지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했다.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가 열리는 지역에 식당, 호텔 수익이 높게 집계되는 등 지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이 발생하자 현지 언론 역시 스위프트노믹스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순회공연인 ‘에라스 투어’는 단일 공연 사상 최초로 매출 10억 달러를 달성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일 공연 전문지 폴스타를 인용해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 매출이 10억4000만 달러(약 1조37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금까지 팝스타 공연 중에서 최다 매출을 기록했던 엘턴 존(9억3900만 달러)을 넘어선 기록. 블룸버그통신이 공개한 전 세계 부호 순위를 산정하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스위프트는 순 자산 11억 달러(1조4888억 원)를 기록했다. 음악 활동만으로 억만장자에 합류한 것은 스위프트가 처음이다.

◇스위프트의 ‘세대통합’

미국 시장 조사 업체 모닝컨설트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절반 이상(53%)이 스위프트의 팬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두꺼운 팬층은 스위프트의 인기가 경제·사회적인 현상으로 번지는 토양이 됐다. 그러자 스위프트의 인기와 스위프트노믹스를 본격적으로 연구하려는 학문적 시도도 있다.

스테퍼니 버트 미국 하버드대 영문과 교수는 2024년 봄학기부터 스위프트의 음악 세계를 문화적 맥락에서 살펴보는 강의를 개설한다. 해당 강의에 현재까지 300명이 등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버트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등 현재 영문학에서 공부하는 것도 한때는 공부할 필요가 없는 낮은 대중 예술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하버드대뿐 아니라 스탠퍼드대, UC 버클리, 뉴욕대 등 주요 대학들도 스위프트 관련 강좌를 개설한다.

◇스위프트의 국내 인기는?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는 2024년 2월 일본 도쿄 네 번, 같은 달 호주 멜버른과 시드니에서 각각 두 번, 싱가포르에서 여섯 번 열린다. 하지만 대관 문제로 한국 공연은 불발됐다. 5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이 필요한데 국내의 경우 올림픽주경기장이 2026년 말까지 리모델링 공사 중이다. 고척스카이돔과 KSPO돔은 각각 2만여 명과 1만5000명을 수용 가능해 스위프트의 콘서트를 하기엔 규모가 작다.

국내 팬들은 지난 11월 3일 개봉한 콘서트 실황 영화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로 아쉬움을 달랬다. 전국 관객 3만232명을 기록했다. CGV에 따르면 영화는 여성이 77.2%, 20대가 59.1%, 30대가 22% 예매율을 기록했다. 국내에선 ‘걸크러시’에 반한 여성 팬들이 응원을 주도하고 있는 모양새지만 9월 13일 개봉한 ‘아이유 콘서트: 더 골든 아워’가 8만7628명, 3월 개봉한 임영웅의 영화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이 25만 명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저조하다.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스위프트가 내한 공연을 온다면 당연히 객석을 가득 채우겠지만 국내 팬층이 약한 편이다. 스위프트는 컨트리 가수로 시작했고 지금도 컨트리 음악 정체성이 있는 편인데 국내에선 인기가 없는 장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민우 기자 yoom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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