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돈의 Deep Read - 尹정부 경제성적과 과제
수출 부진으로 저성장에 고인플레까지… 주력산업별 수출경쟁력 제고 정책으로 전환 절실
고물가·소비위축 해결이 당면과제… 한시적 부가세 인하로 대담하게 ‘고르디우스 매듭’ 풀어야
최상목 새 경제팀은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고질화하는 저성장과 인플레이션을 지혜롭게 극복할 과제를 부여받았다. 주력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근원적인 산업별 수출 경쟁력 제고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 인플레 문제와 소비구매력 둔화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세 인하와 같은 ‘고르디우스 매듭’ 풀기 해법을 검토할 만하다.
◇중간 성적표
이런 가운데 경제성장률은 2022년은 2.6%, 2023년엔 약 1.4%로 추락해서 윤석열 정부 평균성장률은 2%가량이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 등 최근 20년 5개 정부 중 가장 낮다. 노무현 정부 7.9%의 4분의 1에 불과하고 문재인 정부 2.4%보다도 낮다. 성장률이 낮은 이유는 주로 수출 부진에 있다. 수출 증가율은 2022년 6.1%, 올해 10월까지는 -10%로 추락해서 연평균 -2%를 기록했다. 박근혜 정부 때 -2.4% 다음으로 실적이 나쁘다. 인플레는 2022년 5.1%에서 2023년 약 3.1%로 연평균 약 4.1%인데 이는 5개 정부 중 최고치다.
반면 가계대출 증가속도는 지난 2년 동안 약 2조 원 증가에 그쳐 지난 20년 5개 정부 중 가장 낮다. 초고속으로 증가하던 가계대출을 잡은 건 긍정적이다. 따라서 이 과목 성적은 좋은 편이다. 지난 2년 동안 취업자는 147만 명 증가했는데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171만 명 증가한 다음으로 많이 늘어난 것이다. 취업자 나이나 질 등에 논란 여지는 있지만 경제성장률이 낮은 가운데도 높은 취업자 증가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이 역시 평가할 만하다.
앞으로 문제는 수출과 저성장과 인플레다. 2023년 수출은 약 6200억 달러로 예상되는데 이는 거의 2018년으로 되돌아간 수준이다. 글로벌 고금리가 진행되면서 세계 경제가 둔화하고 국제교역이 크게 줄었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제가 예상외로 부진하면서 대중 수출도 크게 타격을 받았다.
수출이 확장되려면 세계 경제가 나아지고 중국 경제가 살아나야 한다. 그렇지만 2024년 세계 경제는 2023년보다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중국 경제 성장 또한 2023년 5.2%에서 2024년에는 4.6%로 낮아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내년 수출 여건도 올해보다 크게 나아질 것으로 보기 힘들다. 한국은행은 통관기준 수출이 9.3%, 정부는 8.8%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다른 국내 연구기관들도 4∼5% 이상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지만 가 봐야 아는 것이고, 또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달린 문제다.
◇관건은 수출경쟁력
윤석열 정부는 지난 1년 반 동안 수출 증대에 올인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 스스로 1호 영업사원이라는 각오로 쉴 틈 없이 전 세계 현장으로 뛰어다녔고 정부 전 부서도 수출영업사원을 자처했다.
수출전략회의만 5차례 개최했고 비상경제장관회의 및 수출투자대책회의도 올해 중에만 14번 이상 개최했다. 정책 부서도 5대 분야인 주력산업 즉 해외건설, 중소벤처기업, 관광콘텐츠 분야 및 디지털, 바이오, 우주 분야의 수출경쟁력 방안(2023년 상반기)을 내놓기로 약속하고 360조 원에 달하는 획기적인 무역금융을 제공하기로 약속했으며, 10대 수출 유망국을 선정하고 원스톱 수출 119 센터들을 개설했다.
문제는 이런 대책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잘 살아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9대 수출 품목의 ‘2018년 실적 대비 2023 수출금액 비율’을 보면 차량만 123.5%로 2018년 수준을 웃돌 뿐 대부분 주력산업의 수출은 2018년보다 못하다. 5년 동안 수출가격이 오른 것을 감안한다면 수출물량은 훨씬 더 크게 줄었을 가능성이 크다.(왼쪽 [그림] 참조)
지난 5년 동안 주력산업 수출이 역성장했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따라서 정부 수출 촉진 정책은 단편적이고 대증요법적인 수출 금융 지원 확대나 수출시장 확대, 수출 바우처 지원, 수출 인프라 지원보다는 마이크로적이고 근원적인 산업별 수출 경쟁력 제고 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 철강, 화학, 기계, 전기·전자 등 주력 수출 산업별로 수출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리는 중장기 대책이 절실하다. 정부의 산업대전환 전략이나 5대 분야 수출 경쟁력 방안은 이런 전통 산업의 기술력을 제고하고 설비를 현대화하며 인력을 고도화시키는 중장기 실질적인 정책들이 많이 포함돼야 한다.
◇소비 증대를 위한 제안
6%가 넘던 소비자물가가 최근 3.3%로 가라앉았고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소비자물가도 최고치인 4.3%에서 3.0%로 크게 낮아졌다. 국제 원자재 가격도 많이 낮아졌고 국내 금리도 크게 오르면서 소비 수요가 가라앉은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방심할 때는 아니다. 언제라도 국제 원자재 가격이 반등할 수도 있고, 또 노조의 압력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 우려가 항상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섣불리 기준금리를 내렸다가는 다 잡아가던 인플레를 다시 놓칠 수가 있다. 특히 가계부채 문제나 기업부채 폭등을 잠재우려면 금리 인하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만 한다.
앞으로 우려되는 것은 소비 부진이다. 지난 20여 년 민간소비는 연평균 2∼3%씩 증가해 왔는데 최근 1%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 정부소비도 매년 4∼5%씩 증가하던 것이 윤석열 정부 들어 빠르게 하락하면서 지난 3분기에는 1%대로 낮아졌다.(오른쪽 [그림] 참조)
민간소비가 급격히 위축된 이유는 분명하다. 인플레가 가속하면서 실질임금이 감소해 구매력이 줄고 그 위에 주택가격과 주식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국민의 자산이 수백조 원 이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인플레가 다소 가라앉는다 하더라도 주가나 주택가격 또한 급속하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소비가 빠르게 살아날 가망도 별로 없어 보인다. 정부소비 또한 재정 건전성 확보에 매달려 획기적으로 확대하기 어렵다.
인플레 문제와 소비구매력 둔화를 동시에 해결할 가장 효과적인 해법, 즉 ‘고르디우스 매듭’ 풀기는 부가가치세 인하이다. 현행 10%인 부가세율을 2%포인트 인하하면 물가는 1%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이고 소비는 2% 이상 촉진시킬 수 있다. 세수가 낮아질 우려도 있겠지만, 거꾸로 가격 인하에 따른 물량 증가로 인한 세수 증가 효과, 즉 ‘래퍼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저성장과 고인플레를 동시에 해결할 한시적 부가세 인하를 결단할 때가 됐다.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 용어설명
‘고르디우스 매듭’은 풀기 어려운 문제를 뜻함. 프리기아의 고르디우스 전차에 묶인 매듭은 수백 년간 풀어내지를 못했는데, 알렉산더 대왕이 단칼에 자르는 대담한 방식으로 풀었다고 함.
‘래퍼 효과’는 세율과 정부의 세수 사이의 관계 속에서 최적의 세율을 찾는 효과. 세율이 너무 높거나 너무 낮을 때 정부 세수가 줄어들 수 있음을 시사. 낙수효과 등 다양한 정책 분야에서 활용.
■ 세줄 요약
중간 성적표 : 윤석열 정부의 중간 경제성적표는 성장률·수출·인플레 악화와 가계대출·취업률 호전으로 요약돼. 성장률 둔화는 글로벌 고금리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에 기인. 내년 세계 경제는 올해보다 더 안 좋아질 듯.
관건은 수출경쟁력 : 지난 5년간 주력산업 수출이 역성장한 건 미래에 대한 심각한 우려 낳아. 정부의 수출 촉진 정책은 단편적이고 대증요법적 지원책을 벗어나 근원적인 산업별 수출 경쟁력 제고 정책으로 전환돼야.
소비 증대를 위한 제안 : 민간소비의 급격한 위축도 심각. 인플레 문제와 소비구매력 둔화를 동시에 해결할 효과적인 해법 찾기 절실. 이를 위해 한시적 ‘부가가치세 인하’와 같은 ‘고르디우스 매듭’ 풀기 방안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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