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사무처 실태조사 보고서

성희롱, 외모 평가·음담패설 순
62% “인권침해 당해도 참고 넘겨”


성희롱 문제 해결을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국회에서 성희롱과 성폭력이 빈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실에서 근무하는 한 여성 조사 참여자는 “그냥 만져도 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실태를 고발하기도 했다.

14일 국회사무처와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작성한 ‘제1차 국회 인권 실태조사 및 인권 기본계획 수립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국회 근무자 972명 중 성희롱 피해 경험자가 128명(13.2%)인 것으로 집계됐다. 여성 응답자 443명 중에는 102명(23.0%)이 지난 1년간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 22일부터 4월 9일까지 진행됐다.

성희롱 피해 유경험자 128명의 피해 사례로는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9.2%), ‘성적 불쾌감 유발하는 음담패설이나 농담’(8.8%), ‘성적 불쾌감 유발하는 신체 접촉’(5.2%),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5.1%) 등이 꼽혔다. 설문 응답자 중 인권침해를 경험했을 시 대처 방법으로 ‘알리거나 신고하지 않고 참고 넘어간다’가 62.4%로 가장 많았고, ‘인권침해를 당해서 기관에 알리거나 신고했을 시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응답 비율도 51.7%로 높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는 국회 근무자 23개 집단 49명(남성 24명·여성 25명)에 대한 면접도 진행됐다. 의원실에서 근무하는 한 여성 면접자는 “한 군데서 4년을 맨날 같이 있으니 밥도 같이 먹고, 국정감사 때는 거의 오피스 와이프라고 해도 상관없을 정도다”며 “잠만 서너 시간 각자 자다가 와서 일하고, 심지어는 밤을 지새울 때도 있으니 얼마나 허물없이 지내겠나. 그러니 스스럼없이 그냥 만져도 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밝혔다.

면접조사 참여자들은 국회에서 일하는 것은 입법과정에 참여한다는 자부심과 매력을 느끼게 해주지만, 자부심을 뒷받침할 조건과 환경의 부족으로 종종 한계를 느낀다고 지적했다. 그러한 상황에 영향을 주는 국회 조직문화의 특징으로 ‘수직적 구조’ ‘폐쇄성과 보수성’ ‘평판과 라인 중시’ ‘사생활 존중 및 개인정보 보호 미흡’ ‘조직 내 소문 유통이 많은 것’ 등이 거론됐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투명한 채용 절차와 엄격한 검증 절차 등 인사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확인된 관리자 임명으로 직원의 인권 보호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