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론 안전 대책이 없는 건 아닙니다. 감리 제도 재설계, 주요 공정 현장 점검 강화, 골재 이력 관리 시스템 구축, 철근 누락 등 안전 항목 위반 시 LH 수주를 제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등이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정부 대책의 무게는 ‘공공주택사업의 민간 개방’에 실린 게 사실입니다. 그간 민간 건설사는 LH 시행사업의 시공만 맡거나 LH와 공동으로 시행해야 했는데, 앞으로 민간 단독 시행을 허용하겠다는 겁니다. 김오진 국토부 1차관은 “LH가 품질과 가격 경쟁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경우 자연스럽게 도태되도록 하겠다”고까지 했습니다. ‘래미안’ ‘자이’ ‘힐스테이트’ 등 브랜드에 집값은 싼 공공주택이 나올 것 같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합니다. 현실성도 없고 LH의 공공성만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시행업계 관계자는 “공공주택 사업을 민간에 맡기는 건 서민을 위한 주택 공급을 포기하는 꼴”이라고 혀를 찼습니다.
당장 공공주택의 분양가 상승 우려가 제기됩니다. 민간 개방이 의미가 있으려면 LH 아파트보다 고급의 공공주택이 공급돼야 합니다. 그러려면 공사비가 오르고, 분양가도 따라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대형 민간 건설사들은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라도 저렴한 자재를 쓸 수 없습니다. 물론 국토부는 “분양가와 공급 기준 등은 현 공공주택과 동일하게 한다. 공공주택 분양가는 절대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공공보다 고급으로 짓되 가격은 똑같이 공급하라’면 민간이 공공주택 사업에 뛰어들 유인이 없어집니다. 정부도 이런 한계를 알고 있으니 민간 사업자의 토지 매입가를 감정가 이하로 낮춰주고 미분양이 나면 LH가 매입하도록 확약하겠다는 ‘당근’을 제시했지만, 이는 다시 건설사 특혜 논란을 일으킵니다.
결국 공공주택 민간 개방은 어떻게 뜯어봐도 문제점만 나오는 방안입니다. 공공성을 포기하고 전면 민영화하겠다는 게 아니라면 민간 기업은 민간 기업끼리 시장에서 경쟁하게 하고, LH는 튼튼하고 저렴한 서민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품질관리를 강화하는 게 더 중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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