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대표직에서 내려왔다. 친윤 핵심 의원으로 꼽혔던 장제원 의원 역시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당혹스럽다. 총선을 생각하면 ‘희생의 타이밍’이 중요한데, 타이밍상으로 볼 때는 조금 이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타이밍이 이르다는 사실은 두 가지 문제점을 드러낸다. 이런 ‘희생’의 효과가 총선 때까지 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점, 그리고 상대방이 이런 ‘희생과 변화’를 따라 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말아야 하는데 오히려 상대방에 충분히 따라 할 시간을 준 셈이 됐다는 점이다.

또 다른 측면의 의문은,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당 대표의 역할은 줄어드는 대신 공천관리위원장이나 선거대책위원장이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되는 만큼 지금 굳이 당 대표를 내려오게 해서 당을 복잡하게 만들 이유가 없는데도 대표가 사퇴하게 됐다는 점이다. 어쨌든, 정치는 현실인 만큼 앞으로 꾸려질 비대위에 대한 ‘희망 사항’을 밝혀 둔다.

국민의힘은 이제 그야말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인적 쇄신과 당의 권력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말들이 나올 텐데, 이런 혁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자신을 철저하게 버리는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첫째, 과거 한나라당의 ‘천막 당사’를 떠올릴 정도로 모든 특권과 기득권을 내려놓을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 첫걸음은 제22대 국회에서 현재 의원들이 가진 모든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고 제도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둘째, 비대위는 당과 대통령실의 관계를 ‘수직적’에서 ‘수평적’으로 바꾸는 일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태풍의 눈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선제적으로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선제적 처리’의 방식은, 민주당이 국회에서 특검법을 처리하기 전에 상설특검법을 이용해 먼저 특검을 꾸리는 것이다. 어차피 문재인 정권 때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수사를 했지만 별다른 것이 나오지 않았으므로, 이 사안을 선제적이고 공격적으로 처리해 이 문제와 관련한 논란이 총선까지 이어지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비대위는 대통령실에 제2부속실과 민정수석실을 부활하도록 요구하고, 특별감찰관 임명도 건의해 관철함으로써 당과 대통령실의 관계가 수직적이 아니라 수평적임을 보여줘야 한다. 또,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이 마치 지역구를 쇼핑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는데, 이런 행태는 애초에 근절해야 한다.

셋째, 비대위 구성도 중요하다. 비대위원장으로 정통 보수 정치인라고 볼 수 없는 인물을 임명할 경우, 보수층의 불안감이 가중됨은 물론 당내에서도 거부감이 커져 분란의 또 다른 요인이 될 수 있다. 비대위원장은 전국위원회의 추인을 받아야만 한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전국위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인물을 선정하는 것은 총선 필패의 지름길이다. 따라서 아무리 훌륭한 인재라도 당 외부 인사 또는 정통 보수에 뿌리를 내리지 않은 인물을 임명해선 안 된다.

혁신인지 또 다른 혼란의 시작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여권의 합리적 선택 여부에 달렸다. 인생은 똑똑함으로 사는 게 아니라 현명함으로 사는 것이라는 사실을 여권 수뇌부가 명심해야 할 때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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