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스파이들이 벨기에의 한 극우 정치인을 3년 넘게 정보 자산으로 이용하면서 서방 분열 작전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16일(한국시간)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방첩기관인 국가안전부(MSS) 소속 대니얼 우는 각종 중국 관련 문제에 대한 유럽 내 논의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전 벨기에 상원의원인 프랑크 크레이엘만을 공작원으로 활용했다.
크레이엘만은 1999∼2007년 벨기에 연방 상원의원을 지냈고 현재는 북부 플랑드르 의회 명예 의원이다. 크레이엘만은 극우 정당 ‘플람스 벨랑(Vlaams Belang·플랑드르의 이익) 소속이었으나 이날 이번 의혹에 따라 제명됐다.
두 사람의 관계는 2019년에서부터 2022년 말까지 오고 간 문자 메시지가 뒷받침한다고 FT는 전했다. FT는 독일 주간지 슈피겔,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와 공동 취재 과정에서 이 문자 메시지들을 서방 안보 소식통에게서 입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들 문자 메시지에는 크레이엘만과 다른 이들이 도움을 주는 대가로 얼마를 받게 될지 등 돈에 대한 대화가 여러 차례 나온다. 2022년 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우는 크레이엘만에게 두 명의 우파 유럽의회 의원이 미국과 영국이 유럽 에너지 안보를 약화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도록 설득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우는 크레이엘만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우리의 목적은 미국과 유럽 관계를 분열시키는 것"이라고 적었다. 우는 또, 2021년 또 다른 문자 메시지에서 중국의 위구르족 구금을 밝히는 데 도움을 준 독일 연구자 아드리안 첸츠를 공격하라는 임무를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FT는 "우가 영향을 미치려한 사안은 중국의 홍콩 민주주의 탄압에서부터 신장 위구르족 박해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면서 "중국 정보당국이 어떻게 전 세계에서 자국에 유리하게 정치적 논의를 조종하려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경우 EU 집행위와 북대서양조약기구 등 다수의 국제기관이 모여있다. 벨기에 주재 중국 대사관은 FT에 우 관련 사건들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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