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인 당대표특보를 지난 14일 후보자 ‘적격’ 판정했다가 이튿날 ‘부적격’으로 번복했다. 이재명 대표의 측근으로서 전남 해남·완도·진도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인 정의찬 특보가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로부터 적격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일자 정 특보의 과거 경력을 이유로 부적격 결정을 내린 것이다.

정 특보가 이 대표의 측근으로 활동해 온 경력을 보면, 이 대표는 정 특보가 ‘이종권 씨 고문치사 사건’에 연루돼 법원의 심판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았을 개연성이 짙어 보이고, 검증위는 정 특보와 관련된 사건을 알면서도 애초 검증을 통과시킨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총선 출마 자격 번복과 관련, 정 특보는 “공안 당국의 강압적 수사에 의한 피해자”라는 입장을 보이면서 반발하고 있다.

‘이종권 씨 고문 치사’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지부였던 광주전남총학생회연합(남총련) 간부들이 지난 1997년 5월 전남대에서 민간인 이종권 씨를 ‘경찰 프락치’로 의심하고 7시간 동안 쇠파이프 등으로 집단폭행·고문해 숨지게 한 사건이다. 정 특보는 당시 남총련 의장이자 조선대 총학생회장으로서 이 사건에 연루돼 항소심에서 징역 5년에 벌금 2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2002년 특별사면·복권된 이후 정 특보는 지난 대선 때 이재명 캠프 선거대책위 조직본부팀장을 맡는 등 이 대표의 측근으로 활동해 왔다.

그리고 호남 친명계 대표 주자인 강위원 민주당 당대표 특보도 광주 서구갑 출마를 선언한 바 있는데 한총련 5기 의장을 지냈다. 강 특보는 1997년 한양대에서 선반공 이석 씨를 경찰 프락치로 몰아 감금 폭행해 죽음으로 몬 사건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바 있다. 2018년 광주 광산구청장 출마를 포기한 바 있는 강 특보는 공천 심사에서 적격 판정 심사 중이라고 한다.

민주당의 검증위가 ‘후보자 적격’ 판정을 내린 338명 중에서 부적격으로 번복된 케이스는 현재 정 특보 한 명뿐이다. 이들 중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총선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211명을 분석했더니 전과 기록이 있는 사람이 33%나 된다고 한다. 전과 기록이 있다고 모두 자격 미달이라고 할 수는 없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법을 위반한 후보자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가 공개 석상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어린 놈’ ‘건방진 놈’이라고 한 이후 운동권 출신 정치인의 기득권 청산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1980년대에 민주화운동을 한 이른바 ‘86 정치인’의 당시 민주화를 위한 열망과 용기는 잊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전 국민을 상대로 과하게 혜택을 보려는 운동권 출신 일부 정치인의 ‘정신 승리’는 국민 전체에 피해를 주면서 사익을 추구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내년 4·10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려는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의 사익과 일반 국민의 법감정 사이에는 좁히기 힘든 간극이 있어 보인다.

여야를 불문하고, 민주화운동과 달리 고문 등으로 인명을 뺏은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운동권 출신 정치인을 국회의원 후보자로 공천한다면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을 것이다.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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