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3일 바티칸 교황청 바오로 6세 홀에서 일반 알현을 주례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3일 바티칸 교황청 바오로 6세 홀에서 일반 알현을 주례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교리선언문서 ‘사제축복’ 인정
“하느님은 모든 이들을 환영…
이성간 혼인성사 혼동 말아야”


그동안 동성 커플을 인정하지 않던 교황청이 앞으로 동성 커플에게도 사제가 축복을 내릴 수 있도록 결정했다.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은 교회의 정규 의식이나 미사 중에 집전해선 안 되고 혼인성사와는 다르다는 단서를 달았으나 가톨릭 교회 전통과는 다른 역사적 결정을 내린 것이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18일 ‘간청하는 믿음(Fiducia supplicans)’ 제목의 교리 선언문에서 동성 커플이 원한다면 가톨릭 사제가 이들에 대해 축복을 집전해도 된다고 밝혔다. 이 선언문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공식 승인을 받았다. 신앙교리성은 “(동성) 축복이 모든 규정에 어긋난 상황을 승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느님이 모든 이를 환영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사제는 축복을 받아 하느님의 도움을 구하려는 모든 상황에 처한 이에게 교회가 다가가는 것을 방해하거나 막아선 안 된다”며 “궁극적으로 축복은 신앙을 키우는 수단을 제공하는 일이므로 양육돼야 하지, 저해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청은 2021년 동성 결합은 이성간 결혼만을 인정하는 교회의 교리를 훼손하는 탓에 축복할 수 없다는 교리를 선언했으나 이번 선언문에선 이를 대체했다.

선언문을 발표한 빅토르 마누엘 페르난데스 신앙교리성 장관(추기경)은 “축복받을 수 있는 범위를 넓힌 것은 진정한 발전이자 축복의 목회적 의미에 대한 명확하고 획기적인 기여”라며 “교황 성하의 목회적 비전에 기반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번 선언이 (이성간) 혼인성사와 혼동될 수 있는 예배의식을 허용하지 않는다”며 “결혼에 대한 교회의 전통적 교리를 수정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현행 가톨릭 교리에 따르면 동성애를 느끼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동성 간 내밀한 행위는 옳은 일이 아니다.

이번 교리 선언이 보수적 가톨릭계의 반발을 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울리히 레너 미국 노트르담대 신학과 교수는 “일부 주교는 명백히 금지된 일을 하기 위한 구실로 그것을 사용할 것”이라며 “이는 분열로의 초대장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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