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했습니다 - 이승규(29)·장예림(여·29) 부부
저(승규)는 짝사랑과 10년 만에 길에서 만나 결혼했습니다. 저희는 고등학생 때 대학 수시 입학 준비 스터디그룹에서 처음 만났어요. 스터디에 참여한 학생은 저와 아내 포함, 총 6명이었는데 그중 아내 말수가 가장 적었어요. 또 저처럼 판다같이 진하게 드리워진 아내의 다크서클을 보고,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꼈어요. 하하. 서로 전화 번호 교환 후 고민도 나누고 장난도 치는 등 친한 친구로 발전했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에게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했어요. 하지만 아내는 소중한 친구를 잃고 싶지 않다며 제 고백을 거절했어요. 아내가 제 고백을 거절한 순간, 저희의 친구 관계도 끝났다는 예감이 들었어요. 실제 저희는 연락이 뜸해지다가 아예 끊기게 됐어요.
아내를 다시 만난 건 말 그대로 우연입니다. 길을 걷던 중 아내와 마주친 거죠. 당시 저는 취업 후 친구와 수원역 광장을 지나가고 있었는데, 때마침 아내도 그곳을 지나고 있어 마주치게 됐습니다. 아내는 저를 보자마자 반가워했어요. 아내는 당시 잃어버린 친구를 찾은 기분이었대요. 저도 오랜만에 아내를 만나 좋았어요. 저희는 따로 만나 밥 한번 먹기로 약속까지 잡았죠.
10년 만에 아내를 다시 만나고 이번엔 미리 친구로 선을 긋자고 저 스스로 다짐했어요. 아내도 그런 제 마음가짐을 느꼈던 것 같아요. 하루는 아내가 제게 “왜 평소처럼 굴지 않냐”고 했어요. 그 말에 억눌러왔던 제 감정이 풀리면서, 다시 아내가 좋아졌어요. 오히려 예전보다 더 좋아져 연애 말고 결혼하고 싶었어요. 저만 그런 게 아니었어요. 아내도 예전과 달랐어요. 제게 “남자로 보인다”고 말한 거죠. 이 말에 용기를 얻어, 아내에게 결혼을 전제로 진지하게 만나보고 싶다고 고백했고 결과적으로 연인이 됐습니다. 그리고 연애 시작 4개월 만인 재작년 5월, 결혼식을 치르며 부부가 됐습니다. 잊고 지내던 제 반쪽을 10년 만에 길에서 찾은 셈이 됐죠.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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