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했습니다 - 전대웅(31)·박다솜(여·31) 부부

저(다솜)는 참 눈치 없는 남자와 결혼했습니다. 하하. 저와 남편은 둘 다 강원도 출신입니다. 저는 여자고등학교, 남편은 남자고등학교를 나와 학창시절 만날 일은 없었어요. 다만 지인들이 겹쳐 서로의 존재는 알고 있었어요. 그러다 같은 대학교로 진학하면서 만나게 됐죠. 2013년 9월의 일이네요.

남편은 제 이상형과 부합했어요. 당시 까무잡잡한 피부에 파마머리 한 남편이 좋았어요. 제가 먼저 남편에게 다가갔죠. 남편이 학교 근처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한다고 해서 자주 놀러 간 기억이 나네요. 다만 연인으로 발전하기 위한 ‘결정적 한 방’이 없었죠.

관계를 발전시킬 기회를 엿보다 추석을 앞두고 남편에게 “우리 같이 버스 타고 내려갈래요?”라고 물었죠. 남편은 좋다고 했어요. 근데 이 눈치 없는 남편은 고향에 내려가기로 한 날 동네 친구들을 우르르 다 데리고 나왔어요. 버스 안에서 단둘이 대화할 생각이었는데, 계획은 물거품이 된 거죠. 한편으론 제가 관심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는 남편의 순수함에 웃음도 나왔어요. 고백도 겨우 받아냈어요. 하루는 남편이 저를 집까지 바래다줬는데, ‘오늘은 우리가 무슨 관계인지 결단을 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를 바래다주고 돌아가려는 남편을 붙잡아 계단에서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자고 했죠. 30분 넘게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데… 눈치 없는 남편 때문에 밤샐 것 같았어요. 결국, 남편에게 “저한테 할 말 없어요?”라고 용기 내 물었죠. 그제야 남편은 제게 “한번 만나보자”고 고백했어요.

8년 연애 기간을 거쳐, 지난 2021년 10월 결혼식을 치르며 부부가 됐어요. 20대 저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고, 남편은 대기업 취업을 준비했어요. 한 명이 합격하면, 다른 한 명을 뒷바라지해줬죠. 원룸에서 시작해 현재 좋은 집에 오기까지 8번 넘게 이사했어요. 눈치는 없었지만 가장 친한 친구이자, 남편이자, 부모로 역할을 나눌 수 있는 존재가 생겨 든든해요.

sum-lab@naver.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