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혈관부종’이라는 희귀질환에 걸려 매일같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있지만, 국내에선 치료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캐나다에 사는 제 아들은 같은 질환을 겪으면서도 잘 살고 있는데 말이지요."
광주에 거주하는 박경자(여·69) 씨는 60년 넘게 희귀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 유전성혈관부종(HAE)은 유전적 결함에 의해 얼굴, 손, 발 후두부 등 다양한 부위에 반복적인 혈관부종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기도 등 호흡기에 갑작스러운 부종이 발생할 경우 질식으로 인해 사망할 수 있다.
박 씨는 "한번은 목이 갑자기 부어오르면서 호흡곤란으로 질식해 의식을 잃었다"며 "목에 구멍을 뚫고 기관 삽관 수술을 통해 겨우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의 목에는 당시의 흉터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일시적인 유전성혈관부종 예방약으로 ‘탁자이로(성분 라나델루맙)’라는 치료제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급여 등의 문제로 아직 출시되지 못한 상황이다. 출시가 되더라도 건강보험 등재가 안 돼, 비급여일 경우 약값으로 연간 2억5000만 원 가까이 내야 한다. 반면 2018년 미국을 시작으로 일본, 캐나다, 영국 등에서는 탁자이로에 보험이 적용돼, 해당 국가의 환자는 실제 약값의 10%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박 씨의 아들 최모(42) 씨도 같은 유전성혈관부종 질환자이지만 캐나다에 이민하면서 새 삶을 얻게 됐다. 최 씨는 "캐나다에서는 탁자이로가 예방약으로 급여 등재가 돼, 약값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며 "이민하고 나서 사람답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혁신성 있는 글로벌 신약이 보험급여 등재 등의 문제로 국내 도입이 막히면서 국내 환자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미국 제약연구 및 제조사협회가 지난 4월 펴낸 ‘글로벌 신약 접근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시장에 최초로 출시된 신약이 1년 이내에 각 국가에 도입된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18%지만, 한국은 5%에 그쳤다.
김진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사무국장은 24일 "지난 10년 동안 출시된 신약이 100개라면, 일본은 절반에 가까운 48개의 신약을 국민들이 보험급여로 사용할 수 있었지만, 국내 환자들이 건강보험 급여를 통해 실제로 치료받을 수 있었던 신약은 22개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박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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