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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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의 계약 갱신 청구권을 거절하려 할 경우 본인의 실제 거주 여부를 증명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례가 나왔다. 실거주에 대한 집주인의 설명이 오락가락해 신뢰가 훼손됐다면 갱신 요구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민유숙)는 아파트 주인 A 씨가 세입자 B·C 씨를 상대로 낸 건물 인도 청구 사건에 대해 A 씨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실제 거주 사유로 갱신 요구를 거절하려면 A 씨가 이를 증명해야 하는데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라고 인정하기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이를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원심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임대인의 주거 상황, 임대인·가족의 직장·학교 등 사회적 환경, 실거주 의사를 가지게 된 경위, 갱신 요구 거절 전후 임대인의 사정, 실거주 의사와 배치·모순되는 언동, 이를 통해 임차인의 정당한 신뢰가 훼손될 여지 유무, 실거주를 위한 이사 준비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를 판단해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이 기준으로 봤을 때, A 씨는 실제 거주자에 대해 말을 바꾼 것에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지방에 거주하는 부모가 근처 병원 진료를 위해 이 아파트에 거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해당 병원에서 1년에 1∼5차례 통원진료를 받았다는 외래진료확인서를 제출한 것만으로는 이를 수긍할 수 있을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본인 가족이 직접 살겠다는 최초 사유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고 판단했다. A 씨가 이 아파트 인근에도 다른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고, 자녀 교육을 위해 가족들이 또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었음에도 전학·이사를 준비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임대인이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의 증명 책임 소재가 임대인에게 있다는 점, 이를 판단하는 방법에 관한 법리를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2019년 1월 서울 서초구 아파트를 보증금 6억3000만 원에 2021년 3월까지 2년 동안 B·C씨에게 빌려주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20년 12월 "아파트에 들어와 살려고 한다"며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후 본인이 아닌 부모님을 거주하게 할 목적이라고 말을 바꿨고, 이에 B·C 씨가 집을 비워주지 않자 A 씨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A씨는 적법하게 갱신 거절권을 행사했다는 점이 인정된다"며 "실거주 주체가 변경된다고 하더라도 이 갱신 거절이 돌연 부적법하게 된다고 볼 수 없다"며 A 씨 승소로 판결했다.

김무연 기자
김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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