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내 ‘인사 정상화’ 기대감
‘코드’척결…재판지연 해소 전망
법원장추천제 존폐 1년 뒤 판단
“전임과 달리 충분히 의견 수렴”
조건부 구속영장 등 추진 가능성
조희대 대법원장이 임명 2주 만에 ‘법원장 추천제 중단’ 결단을 내리면서 법원 내에서는 내년 1월 법관 정기인사에서 실력 위주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코드’보다 ‘실력’을 우선한 인사를 통해 재판 지연 문제를 풀어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실력 위주 인사 기대감=26일 대법원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재판 능력이 검증된 인사를 법원장으로 임명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도입한 법원장 추천제는 이번에 시행하지 않는다. 2019년 인사부터 도입된 법원장 추천제는 소속 법원 판사들이 2~3명의 후보자를 투표를 통해 선출한 뒤 대법원장이 1명을 낙점했다. 한 법원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이 평생 재판 업무에만 종사했기 때문에 정말 실력 있는 판사들을 잘 알고 있다”며 “새로운 인물들이 법원장에 보임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법원장이 일부 장기 미제 사건을 직접 분담하는 것을 재판 지연 문제 해법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법원장의 솔선수범을 통해 분위기를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법원장이 사건을 맡는 것은 다른 대법원장이 생각하지 못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라면서 “법원장이 장기 사건을 해결해 나가면 다른 판사들에게도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다만 법원장 추천제를 최종 폐지할지는 이번에 결정하지 않았다.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친 뒤 2025년 법관인사에서 유지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법원 내에서는 제도 존폐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15일 전국법원장 회의에서도 법원장 추천제에 대해 신구 세력 간 미묘한 신경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 참석한 37명 법원장 중 절반인 18명은 법원장 추천제를 통해 법원장에 올랐다.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모두 있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추천제라고 해서 반드시 인기 영합인 것은 아니다. 될 만한 사람이 법원장에 오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폐지하기보다는 다듬어서 적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다른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재판 지연이 눈앞에서 발생하는데 법원장이 이를 방치한 측면이 크다”며 추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 내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제도 폐지 여부를 이번에 결정하지 않고, 충분한 의견 수렴 의지를 밝힌 것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한 현직 판사는 “전임 대법원장은 명분 있는 제도도 밀어붙인다는 인상을 줘 내부 반발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 개정 가능성=검찰이 반발하고 있는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도 조 대법원장이 법률 개정을 통해 추진할 방침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최근 법원행정처 등에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는 규칙이 아닌 법률(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도입하는 게 적절한 것 같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는 판사가 사건 관련자를 직접 심문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시절인 지난 3월 대법원 규칙(형사소송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고 ‘6월 1일부터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검찰 등 수사기관이 “수사기밀 유출과 증거인멸 우려가 높다”며 강하게 반발하자 시행을 미뤘고, 김 전 대법원장이 지난 8월 퇴임하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조 대법원장이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조건부 구속영장 제도’도 내년 본격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조건부 구속영장 제도는 특정 조건을 제시하고, 이를 어길 경우에만 직접 인신을 구속하는 제도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취임하는 대로 조건부 구속영장을 바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도입하려면 형사소송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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