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화재와 인명사고가 잇따르는 등 안전불감증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포스코는 2018년 근로자 4명 질식사망사고 이후 안전보건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근본적인 예방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7시 7분쯤 포항제철소 2고로(高爐·용광로) 주변 케이블에서 화재가 발생해 2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케이블 50m가량이 탔다. 또 포항제철소는 불이 철광석과 코크스(석탄) 등이 타면서 나오는 부생가스에 옮겨붙는 것을 우려해 부생가스 사용을 중단하고 전기 공급을 차단했다. 이로 인해 2∼4고로 가동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1일과 4월 27일에는 원료저장고인 사일로에서 철광석을 옮기는 제철소 컨베이어벨트와 파이넥스 3공장 인근 원료이송용 컨베이어벨트에서 불이 났다. 2020년 6월에도 스테인리스(STS) 소둔산세공장 일부 라인에서 불이 났다. 소둔산세공장은 스테인리스 생산품을 산성 용액에 넣어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공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포항제철소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숨지는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3코크스공장에서 스팀 배관 보온작업을 하던 용역사 직원이 장입차(노(爐)에 넣는 원료 등을 실어 나르는 차)와 추돌해 숨졌고 2021년 2월에는 원료부두에서 크레인 정비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직원이 설비에 몸이 끼여 사망했다. 또 2019년 2월에는 신항만 5부두에서 작업하던 근로자가 크레인에 끼여 숨졌다.
특히 2018년 1월에는 산소공장에서 외주업체 근로자 4명이 누출된 질소가스에 질식해 숨져 포항제철소 측이 사과문을 내기도 했다. 포스코는 이 사고를 계기로 안전 관련 조직 신설과 인력 육성, 중대 재해 발생 가능 장소·시설물에 대한 안전장치 보완 등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보건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관계자는 “포스코가 제대로 된 투자와 인력을 확충하지 않고 말로만 대책을 내놓아 안전 관리가 여전히 부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는 현재 시설 유지·보수를 포함해 연간 8000억 원 수준의 안전관리 비용을 집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강도 높은 대책을 통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북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북소방본부와 함께 포항제철소 케이블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이번 주중 합동현장 감식을 하기로 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불이 난 곳에 많은 케이블과 산소·부생가스 등 각종 배관이 지나가는데 이 중 한 배관에서 새어 나온 가스가 케이블의 전기적 요인(점화원)과 결합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