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종교인 정의채 몬시뇰 선종
이병철‘신은 있나’ 질문받기도


천주교 원로인 정의채(세례명 바오로) 몬시뇰이 27일 98세로 선종했다. ‘명예 고위 성직자’라는 뜻의 ‘몬시뇰’은 주교품을 받지 않은 가톨릭 고위 성직자에게 교황이 부여한다. 정 몬시뇰은 지난 2005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으로부터 이 칭호를 받았다.

1925년 평안북도 정주군에서 출생한 정 몬시뇰은 28세이던 1953년 사제품을 받았다. 부산 초량 본당과 서대신 본당에서 보좌신부로 사목한 뒤 로마 우르바노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가톨릭대 신학부 부학장과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이후 천주교 서울대교구 불광동 본당과 명동 본당 주임신부를 지낸 후 학교로 돌아가 학장으로서 행정과 후학 양성에 힘썼다.

정 몬시뇰은 1987년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로부터 ‘신은 있는가’ 등 24가지 질문을 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그는 답변을 준비했으나, 이 회장이 별세하면서 들려줄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국 천주교의 지성이자 원로 종교인으로서 이념을 넘어 고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1990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특명으로 제8차 세계 주교대의원회의에서 강연을 했으며, 1991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상했다. 1992∼2009년 서강대 석좌교수를 지냈다. 빈소는 명동대성당 지하 성당에 마련됐으며, 장례미사는 30일 오전 10시 명동대성당에서 정순택 대주교와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진행된다. 장지는 서울대교구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 묘역이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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