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선균이 지난 23일 3번째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이선균이 지난 23일 3번째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마약 투약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배우 이선균이 일부 매체와 유튜브 채널들의 무분별한 사생활 보도와 ‘망신주기’로 인해 가족과 지인들이 고통받는 상황을 극도로 괴로워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선균은 지난 10월 피의자 입건된 후 성실히 경찰 조사에 임하며 무혐의 입증을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한 지상파 메인 뉴스에서 이선균과 유흥업소 실장 A의 사적 대화가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며 적잖은 심리적 타격을 입었다. 숨지기 하루 전인 26일에도 모 유튜브 채널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또 다른 녹취록이 공개됐고, 몇몇 매체가 이를 여과없이 보도했다. 이 사건의 본질인 마약 혐의 입증과는 관계없는 사적 대화였지만 10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확대 재생산됐다.

이선균의 소속사 관계자는 문화일보에 “이선균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후 확인되지 않은 주장으로 그의 지인들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일부 온라인 콘텐츠나 매체의 주장 때문에 힘들어했다”면서 “또한 가족들이 고통받는 것을 무엇보다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이선균의 죽음 이후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 및 이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대중의 행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작사가 김이나는 27일 SNS를 통해 “어디서 흘러나온 지도 모르는 녹취록을 이어폰을 꽂고 몰래 들으며 어머어머 하고, 가십성 콘텐츠도 클릭해보고, 마지막에 ‘너무 사람 망신주기하네, 심하다’라는 말로 스스로 면죄하던 내 모습이 선명해서 차마 감히 추모도 못하는 마음”이라고 반성의 뜻을 밝혔다.

이선균에 앞서 여러 유명인들이 유튜브를 기반으로 한 사실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콘텐츠에 피해를 입고 있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런 병폐를 바로잡기 위해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 코리아에 명예 훼손 게시물에 대해 문의했으나 “잘못된 정보 관련 정책 위반한 콘텐츠를 찾지 못했다”며 문제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정밀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마약 수사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진 않았을 것이다. 사생활이 드러나고 명예가 실추되는 상황과 더불어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까지 섞여 위축됐을 것”이라며 “언론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사건의 본질과 무관하게 사생활이 노출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언론들 사이의 협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는 동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내인 배우 전혜진이 상주로 조문객을 맞는 가운데 고인과 작품을 함께 했던 설경구, 이성민, 조진웅, 하정우를 비롯해 정우성, 이정재, 전도연, 류준열과 이창동, 변영주 감독 등이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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