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송구영신
■ 오비디우스 ‘로마의 축제들’
야누스의 상징은 입체적 통찰과 헤아림의 지혜 우리가 닮아야해
새해 여는 ‘문의 신’전쟁의 문 닫히고 평화가 오길
그는 오른손에 지팡이를, 왼손에 열쇠를 가지고 있어 모든 것을 열 수도, 닫을 수도 있다. 그는 왼손의 열쇠로 모든 것이 시작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고, 모든 것이 잘 마무리되도록 문을 닫아주는 우주의 수문장인 셈이다. 그가 열쇠로 문을 열어줘야 마침내 새로운 한 해가 열리고 새해가 시작된다. 그래서 로마인들은 한 해의 첫 달을 야누스에게 바치며 ‘야누스의 달(Januarius mensis)’이라고 불렀고, 이것이 지금까지 서양인들의 전통에 남아 영어로는 1월을 ‘제뉴어리(January)’라고 부르는 것이다. 한 해의 문을 여는 야누스, 사실 그 이름 ‘야누스’가 라틴어인 ‘야누아’에서 왔는데, ‘문(門)’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야누스는 ‘문의 신’인 셈이다. 그는 말한다. “모든 문은 이중의 이마를 가지고 있으니, 안쪽과 바깥쪽에. 바깥쪽 얼굴은 인민들을 바라보며, 안쪽 얼굴은 화로를 바라본다.” 따라서 문의 신인 야누스 또한 안팎을 한꺼번에 바라보며 동시에 헤아리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르네상스의 화가 라파엘로는 바티칸에 있는 교황의 서재 ‘서명의 방’ 남쪽 벽면에 지혜를 상징하는 여성의 얼굴을 야누스처럼 그려놓았다. 지혜란 야누스가 그렇듯이 공간적으로는 나의 안과 밖을 동시에 살피면서, 시간적으로는 과거와 미래를 함께 통찰하며 나의 삶을 슬기롭게 관리하는 능력이라는 뜻을 담아낸 것이다. 그러니까 야누스의 두 얼굴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나 변덕스러움의 상징이 아니라, 입체적인 통찰과 헤아림의 지혜를 상징하는 것이니, 우리가 똑 닮아야 할 모습이다.
로마를 세운 로물루스는 1년을 열 달로만 잡고, 새해의 시작을 3월로 정했다. 겨울철 두 달은 아예 계산에 넣지 않은 채로, 새해를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물루스를 이어 왕이 된 누마는 로물루스가 셈에 넣지 않은 겨울의 두 달에 이름을 주고, 지금의 1월을 새해의 시작으로 삼고 야누스에게 바쳤다. 그리고 그 시작점은 지금의 1월 1일이 아니라, 정확하게는 동지였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이에 대한 오비디우스의 설명은 야누스가 직접 말하는 것으로 소개된다. “동지는 묵은 태양이 새로운 태양으로 바뀌는 날이라, 태양도 한 해도 똑같이 그때 시작되는 것이다.” 이렇게 ‘야누스’가 추운 겨울에 새해 첫날을 열어 준 까닭에 한 해의 첫날이 3월 1일에서 1월 1일로 바뀐 것이다.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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