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신춘문예 - 동화 당선소감

유난히 따듯한 12월, 거짓말처럼 당선 전화를 받았습니다. 수화기 너머 넘치는 축하를 받으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습니다. 저에게 신춘문예는 도전이었습니다. 연례행사처럼 가지고 있는 모든 작품을 여러 신문사에 보내고 나면 끝나는 도전. 결과는 없지만, 도전 자체로 의미 있다고 자신을 속이며 누가 시키지도 않은 사명감과 의무감에 원고를 보냈습니다.

쓰는 게 즐거웠던 시기는 너무 빨리 사라집니다. 언제부턴가 글쓰기는 저에게 무서운 일이 되었습니다. 내가 가진 전부를 주어도 소용없는 일이 될까 봐, 내가 가진 전부를 걸어보지도 않고 그냥 포기했습니다. 그때는 떠나보내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습니다.

자꾸 미련이 남았습니다. 미완성 원고들을 하나도 지우지 못한 채 몇 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작년 이맘때쯤 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곁에 있어 준 다정한 사람들 덕분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큰 목표나 기대 없이 그냥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 많이 웃었습니다.

새삼 깨닫습니다. 글을 쓰며 살았던 모든 시간을 통틀어 올해 가장 행복하게 글을 썼습니다. 어쩌면 그 몇 년이 저에게 쉼표가 되어준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고 잔잔한 다큐멘터리에 감동하며, 긴 시간 다른 방법으로 글을 쓰고 있었나 봅니다.

연례행사의 계절에 제 손에 있는 동화는 단 한 편이었습니다. 분량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썼던 이야기를 다시 도전하기 위해 여러 번 고치면서 즐거웠습니다. 내가 아는 단어, 문장, 표현, 감정을 모두 사용해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특별한 선물을 주신 문화일보와 최나미 작가님, 김지은 선생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박수 소리가 잊히지 않습니다. 보내주신 관심에 부끄럽지 않도록 꾸준히 쓰겠습니다.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님들, 배봉기 교수님, 안점옥 선생님 감사합니다. 애정하는 인순 선생님, 제경 선생님 감사합니다. 친구들 고맙습니다. 축하를 보내준 모든 이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나를 살게 하는 아버지, 어머니, 오빠, 언니, 우리의 보물 건우와 시우 사랑합니다.

△박서현. 1993년 보령 출생.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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