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 신춘문예 - 동화 심사평

어린이들의 생활 세계를 사실적으로 다룬 작품부터 역사동화, 판타지, 과학소설(SF) 등 다양한 작품들이 투고되었다.

소재의 측면에서는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다루는 작품들이 다수였다. 한 가지 가슴 아픈 점이 있다면 방치되거나 학대받는 어린이의 삶을 담은 작품이 두드러지게 늘었다는 것이다. 그늘에 감춰진 어린이의 삶을 적극적으로 조명하려는 작가들의 노력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어린이들이 각종 위기 속에 고립되어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동정과 연민의 메시지에 머무르지 말고 더 사려 깊은 고민과 함께 이 주제를 다루어나가기 바란다.

본심에 오른 네 편 중 ‘불쌍한 아이’는 어린이가 겪는 가난과 폭력을 진행형의 삶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어른 인물의 대사가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이며 아이의 시선을 꽉 붙잡는 묵직한 태도가 독자를 압도한다. 결국 어른들의 책임을 말한다는 점에서 동화임에도 어린이보다 어른에게 더 권하고 싶은 작품이라는 점이 아쉽다.

‘손끝별’은 어른과 아이가 맺는 돈독하면서도 매력적인 관계가 서사를 이끌어가는 주축이다. 우주와 빛나가 축구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초반부의 몰입도가 상당했다. 다만 뒤로 갈수록 서사의 밀도가 떨어지면서 막연하게 관념적인 결말에 그친 점이 아쉬웠다.

‘우정의 세탁소’는 저돌적인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우정 서사를 위해서 신체 기관을 활용한 아이디어가 독자에게 흥미를 주기는 하지만 거기에서 더 나아간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냈는지는 의문이다. 혹시라도 오사팔육과 주인공의 식사 장면이 이주 배경에 관한 은유를 담고 있다면 독자에게는 너무 까다로운 해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최종적으로 ‘노아의 거짓말’을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어린왕자의 별 B-612가 연상되는 G17 델마라 행성이 독자의 눈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서정적인 작품이다. 거짓말을 할 수 없게 설계된 휴머노이드 노아가 작은 생명체를 만나 간절한 감정을 갖게 되고 마침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역설이 그가 처한 고독한 상황 덕분에 절절하게 느껴진다.

그동안 인간에게 휴머노이드 가족이 어떤 의미인지를 보여주는 작품은 많았지만 휴머노이드에게 생명을 지닌 가족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말하는 작품은 드물었다. 최근 이 경계를 휴머노이드의 입장에서 뛰어넘는 작품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 단편도 그러한 흐름 속에 있다.

중편 이상이 될 수도 있는 규모의 서사를 단편 안에 넣으려다 보니 정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드문드문 비약이 있다. 그럼에도 독자가 노아의 어려운 결정을 이해하게 만든다. 이번 당선을 출발점으로 삼아 더욱 힘 있는 작품을 써 나가기를 바라며 작가의 앞날을 응원한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최나미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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