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언 미술평론가
제야의 순간이 가고 새해를 맞은 기쁨의 아침, 시간이라는 기호의 무게를 새삼 느낀다. 매양 겪는 시간의 매듭이 뭐가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싶지만, ‘2024’라는 숫자를 무수히 되뇌며 사는 게 필연이다. 그러고 보면 시간이란 돌아오기 위해 트랙을 달리는 어떤 것이다. 기념일이란 것도 참 창의적인 인류의 발명이 아닐까.
온 산하가 설국을 이룬 지난해 12월, 반가운 모바일 이미지 한 컷이 도착했다. 설악의 서설(瑞雪)을 담은 수묵담채화. 현장을 직접 답사해 진경을 담는 화가 나웅채의 사생 산수화다. 새해 벽두의 대설을 풍년의 상징으로 상서롭게 여긴다. 순백의 풍경 때문만은 아니다. 흘려버리지 않고 땅속으로 스미니 대지의 생수가 된다.
물론 작가의 시선은 눈도 눈이지만, 백두대간의 늠름하고도 빼어난 준봉(峻峯)들의 자태에 꽂혀 있다. 삭풍과 한설(寒雪)을 견디며 굳건하게 기개를 간직하고 있다. 그 모습에서 ‘우리’를 찾기가 어렵지 않다. 신비한 일이다. 은인자중하다가 언젠가는 천하를 호령할 것 같은 기상을 흡입하면서 신년의 서장을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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