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8월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에서 필자(맨 오른쪽) 가족과 고바야시 다케오 가족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 고맙습니다 - 일본인 친구 다케오
한일월드컵을 앞둔 2002년 2월. 혼자서 무작정 배낭 하나만 덜렁 메고 떠났던 캐나다는 매우 낯설었다. 그 땅에 아는 사람이라고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난 일본인 고바야시 다케오. 같은 아시안에 동갑이었고 창원과 오사카에서 홀로 캐나다로 온 비슷한 배경 때문이었는지 우리는 금방 친구가 됐다. 다케오는 말이 적고 차분했다. 하지만 내가 타국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그는 자기 일과 다름없이 나를 도와주었다.
살고 있던 홈스테이에서 나와야 하는 처지가 돼 며칠 동안 오갈 곳이 없었던 순간에 다케오는 나의 임시 거처를 알아보기 위해 마치 형처럼 동분서주했다. 그의 도움 덕분에 나는 다행히 집을 구할 때까지 또 다른 친구의 집에서 편히 지낼 수가 있었다. 내가 혼자 생활하는 동안에도 그는 이따금 방 한 칸에 부엌만 있던 작은 집에 찾아와서 일본 음식을 해주곤 했다. 다케오는 자신의 일본 친구들을 소개해 주기도 했고, 나 역시 내가 아는 친구들을 그와 함께 만나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친구가 됐다.
그리고 내가 5개월 남짓의 캐나다 생활을 끝내고 다시 혼자서 그 배낭을 메고 유럽으로 떠나는 날에 다케오는 공항까지 나를 배웅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었던 내가 유럽행 비행기 편을 알아보는 과정에서부터 조금이라도 더 싼 항공권을 알아보기 위해 나보다 더 많이 여행사를 찾아갔던 그였다. 공항에서 다케오와 나는 석별의 인사를 하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20대 초반의 우리가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확신치 못했다.
한국인인 나와 일본인인 다케오는 서로의 나라로 돌아간 이후에도 e메일과 SNS로 가끔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캐나다에서의 인연과 우정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공항에서의 마지막 이후 5년이 흐른 2007년 도쿄에 출장을 갔을 때, 당시 오사카에 살며 지역 병원의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다케오는 흔쾌히 신칸센을 타고 도쿄로 올라와 주었다. 우리는 다시 만났고, 친구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한국과 일본, 캐나다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그날 저녁 도쿄역에서 다시 오사카행 신칸센에 오른 다케오를 이번에는 내가 배웅했다.
그리고 세월은 또 그렇게 흘러 나는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놀랍게도 다케오는 2002년 캐나다에 머물 당시 또 다른 나의 일본인 친구였던 요코하마 출신 이노우에 유리와 결혼을 해 두 딸의 아빠가 됐다. 20대 초반에 만나 40대 가장이 된 나와 다케오는 2019년 그의 고향인 오사카에서 3번째 만났다. 캐나다, 도쿄에 이은 3번째는 혼자가 아니라 나와 그의 가족이 모두 모였다. 다케오와 유리, 나의 아내와 아이들은 서로 처음 본 사이였지만 어색함은 찾기 어려웠다. 다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우리는 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짧은 만남을 뒤로한 채 아쉬운 인사를 나누었다.
4년이란 시간이 다시 지났다. 다케오와 유리는 여전히 나의 친구다. 그들은 아직 한 번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 나는 다케오와의 4번째 만남이 한국에서 이뤄지길 고대하고 있다. 그의 가족들이 한국에 온다면 21년 전 그날의 다케오처럼 나는 공항으로 갈 것이다.
황상원(국립창원대 교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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