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세암병원, 올 회전형 중입자치료기 2기 가동
탄소를 광속에 가깝게 가속
환자 몸속 암세포에만 발사
정밀 타격으로 사멸력 높여
고정형은 몸 맞춰야 하지만
회전형은 누워만 있어도 돼
췌장·간암 등에 우선 적용
수술 힘든 난치암으로 확대
‘꿈의 암 치료’로 불리며 지난해 4월 국내에 처음 도입된 중입자 치료기(Heavy Ion Radiotherapy)가 올해 치료 대상을 넓힌다.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는 지난해 고정형 중입자 치료기 가동에 이어, 올해 중 회전형 중입자치료기 2기를 추가 가동한다고 4일 밝혔다. 중입자치료기는 일본 7곳을 포함해 중국·독일·이탈리아·대만 등 15곳의 의료기관이 보유하고 있어 연세암병원이 세계 16번째 도입이지만, 회전형 치료기 2기 운영은 연세암병원이 세계 최초다. 이에 따라 치료 적용 암종도 기존 전립선암에서 폐암과 간암 등 10여 개로 확대된다. 중입자치료기는 현존하는 최고 기술의 암 치료기로 평가될 만큼 치료성적이 우수해 지난해 연세암병원이 치료기를 도입할 당시 의료계에선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실제 전립선암 환자를 시작으로 그동안 국내 100명 이상의 환자에게 적용한 결과, 치료 성적도 우수하게 나타났다. 세브란스병원 연세암병원장을 지냈던 금기창 연세의대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를 통해 올해부터 치료 대상을 확대하는 중입자 치료에 대해 소개한다.
◇부작용 없이 효과 극대화 = 암 치료는 보통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절제 등의 수술, 항암제 등 약물로 치료하는 항암화학요법, 방사선 등을 이용해 암세포를 죽이는 방사선치료 등이다. 각 치료법은 암 환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병용하거나 순차 치료하기도 한다. 이중 중입자 치료는 방사선 치료의 한 기술이다. 중입자 치료의 중은 ‘무거울 중(重)’이다. 중입자 치료에 쓰이는 입자가 무겁다는 의미인데, 탄소 원자를 가속해 만든 에너지빔을 환자 몸속 암세포에 정밀하게 조사해 사멸하는 원리다. 이를 위해 싱크로트론이라는 원자 가속기가 탄소 원자를 1초당 지구 5바퀴를 도는 빠르기(빛의 속도의 70%)로 속력을 더해 치료기로 전달한다.
특징은 정확하고 부작용이 적다는 점이다. 기존 방사선 치료의 치료용 X선과 감마선은 암세포를 향해 강하게 쏴도 인체 피부 등을 뚫고 몸 안으로 들어갈수록 에너지가 줄어든다. 정작 암세포에 도달할 때는 살상 능력이 줄어 암을 완전히 소멸하는 데 한계가 있고, 피부를 통과하면서 정상 조직도 파괴하는 부작용이 많았다. 반면 중입자는 초당 10억 개의 탄소 원자가 발사되면 정상 조직은 지나치고 3D 엑스레이로 설정한 좌표에 따라 정확하게 암세포에서만 터져 에너지를 발산하고 사라진다. 이러한 특성을 ‘브래그 피크(Bragg peak)’라고 한다. 이를 통해 정상 조직은 보호하되 암세포 사멸력은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 그동안 국내 도입 전에 많은 국내 환자들이 1억∼2억 원의 비용을 들여 일본·독일로 원정치료를 떠났던 이유이기도 하다.
◇난치성 암종도 치료 기대 = 연세암병원이 올해 회전형 치료기 2대를 가동하게 되면, 단일기관으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회전형 치료기 2대를 보유한 기관이 된다. 이는 다양한 암종의 환자들에게 중입자 치료가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회전형 치료기는 치료기 안에 환자가 누우면 360도 방향 중에서 최적의 방향을 선택해 암세포를 타격할 수 있다. 정상 장기에 대한 보호와 암세포 조사 정확도를 최대화할 수 있다.
금기창 교수는 “고정형의 경우 암 부위에 조사할 때 몸을 돌려서 맞춰야 하는데, 환자 몸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기 어려우니 고정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는 전립선암 치료 등에 주로 사용했다”며 “회전형은 환자가 편하게 누워 있는 상태에서 치료기가 회전해 맞추게 돼 다양한 암종 치료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연세암병원은 오는 3월 회전형 치료기 1대를 먼저 가동하고 이어 9월이 되면 나머지 1대도 추가 가동할 계획이다. 회전형 치료기 2대와 고정형 치료기 1대까지 총 3대의 치료기를 가동하면 연간 1000명 이상의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회전형 치료기 첫 치료 후보 암종은 췌장암, 간암, 폐암 등이다. 이후 두경부암, 골육종암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한다. 특히, 외과 수술로 어려운 암뿐만 아니라 국소적으로 재발한 암까지 치료가 힘든 난치성 암에 적용할 예정이다.
연세암병원은 중입자 치료를 통해 세계 암 치료 기술을 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금 교수는 “중입자 치료 하나만으로 암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약물 치료, 수술과 잘 조합해 최적의 암 치료 프로토콜을 정립하는 것”이라며 “이는 국제 치료의 표준이 될 수 있고, 그만큼 암 환자의 생존율이 연장되는 것으로 암 치료의 도약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세암병원은 중입자 치료기를 3대 가동하는 만큼 세계 암 치료 프로토콜을 선도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