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엡스타인. AP 연합뉴스
제프리 엡스타인. AP 연합뉴스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체포되자 구치소에서 자살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재판 관련 문건이 3일(현지시간) 공개됐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은 지금껏 공개하지 않았던 엡스타인 재판 관련 문건 40건을 공개했다. 약 1000페이지 분량인 이 문건들은 피해자 중 한 명인 버지니아 주프레가 엡스타인의 미성년자 성착취 행각을 도운 여자친구 길레인 맥스웰을 상대로 2015년 제기한 소송과 관련된 것이다. 지난달 뉴욕 연방법원의 로레타 프레스카 판사는 익명 처리 인사들의 실명을 공개하라고 명령했고, 이에 따라 이날 문건 공개가 이뤄지게 됐다. 일부 언론은 이름이 공개될 인물이 200명 가까이 된다고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문건에서 실명이 적시된 인사 대다수는 이미 엡스타인과의 관련성이 드러나 홍역을 치렀던 인물이라면서 "새롭게 나오는 정보가 있을지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최고경영자였던 제스 스테일리와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공동창업자 리언 블랙은 엡스타인과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이미 사퇴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빅토리아 시크릿 창업자 레슬리 웩스너 등도 이와 관련해 명성에 흠집이 났다. dpa 통신은 피해자 중 한 명인 요안나 쇼베리가 재판에서 한 증언에는 엡스타인에게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소녀들과 관련해선 어린 걸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다는 내용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작고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막내 아들인 앤드루 왕자가 2001년 엡스타인의 맨해튼 저택에서 자신의 가슴을 만졌다는 쇼베리의 증언이 담긴 문건도 실명이 적시된 상태로 공개됐다.

폭스뉴스는 공개된 문건에 유명 마술사 데이비드 코퍼필드의 이름이 언급됐다고 보도했다. 쇼베리는 엡스타인의 ‘친구’였던 코퍼필드와 디너 파티에서 만났고 그가 마술 트릭을 보여주기도 했다면서 "그는 내게 소녀들이 다른 소녀들을 찾아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걸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함께 공개된 별개의 녹취록에서 주프레는 정치권과 금융계 주요 인사 다수와 성관계를 맺었다고 말했다. 그는 성관계 당시 자신이 미성년이었는지, 합의되지 않은 관계였는지 여부는 말하지 않았다. 주프레가 주장한 성관계 대상에는 미국 억만장자 사업가 톰 프리츠커가 포함돼 있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주프레는 헤지펀드 거물인 글렌 더빈, 조지 미첼 전 상원의원,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 등과도 성관계를 맺었다고 증언했다.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는 인공지능(AI) 연구의 선구자로 꼽히는 마빈 민스키 전 매사추세츠공과대학 명예교수도 성관계를 맺은 인물 중 하나라는 주프레의 주장 역시 이번에 공개된 녹취록에 있는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민스키는 2016년 사망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밖에도 엡스타인과의 관계 때문에 곤란을 겪었던 앨런 더쇼위츠 미국 하버드대 형법 교수와 가수 마이클 잭슨 등 인사들의 이름도 이날 공개된 문건에 거명됐다고 적었다. 다만 현지 언론들은 실명 공개 명단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엡스타인의 성범죄에 연루됐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황혜진 기자
황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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