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상황을 맞은 민주당의 홍익표(가운데)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상황을 맞은 민주당의 홍익표(가운데)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 확증편향 키우는 극단유튜버

김어준 “이재명 피습, 틀림없는 계획범죄
선거와 상관없이 계속 배후 추적해야”
근거 못댄 채 사회갈등만 부추겨

의원들도 유튜브 출연해 동조


방송인 김어준 씨가 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피의자의 당적 논란과 관련, “중대한 범죄의 배후가 밝혀진 경우가 거의 없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찰은 전날 언론브리핑에서 피의자의 단독범행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야가 “극단으로 치달은 여의도 정치권 무한 정쟁을 바로잡자”며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정치권 외곽에선 극단 유튜버들이 상대 진영을 악마화하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계속해서 양산해 ‘대화와 타협’의 공간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씨는 이날 오전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을 진행하던 도중 출연자인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이 피습 피의자의 당적에 대해 “국민의힘 탈당 후 민주당을 입당한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고 발언하자 틀림없는 계획범죄라며 “배후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피의자가 민주당의 ‘위장 당원’으로 단독범행이 아닌 이를 사주한 여권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됐다. 김 씨는 또 “지난해 민주당에 입당해 계획범죄를 저지른 정치범”이라고 주장하면서 “일상을 사는 개인이 그렇게 오래 계획범죄를 할 수 있겠냐”며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와 상관없이 계속 (배후 여부를) 추적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전날 방송에서도 “횟집 혹은 정육점에서 쓰는 칼이라고 하던데”라며 이 대표 피습에 사용된 흉기를 묘사했다. 불과 두 시간 뒤 경찰은 김 씨 주장과 달리 “등산용 칼의 외형을 변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짜뉴스를 퍼 나른 김 씨는 이에 대해 별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피습 사건에 대해 ‘극단적 혐오 정치가 낳은 비극’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정치 관련 유튜브를 자주 시청한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 역시 확증 편향에 얽매였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는데도 김 씨가 또다시 범행 계기 중 하나로 지목된 유튜브를 통해 사회 갈등만 유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 인사들의 잦은 유튜브 출연이 음모론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김 씨의 채널은 박민 사장 부임 이후 KBS 출연을 보이콧한 정 최고위원을 비롯해 민주당 소속 주요 인사들이 나와 사실상 야권의 ‘대국민 스피커’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씨가 근거 없는 음모론을 주장하더라도 팬덤 지지층에 기댄 민주당 의원들은 별다른 제지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치권은 음모론과 배후설을 경계하면서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양극화 논리에 갇혀 이슈마다 ‘네 탓’ 공방을 벌이던 데서 탈피,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 정치 근간을 복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명(비이재명)계 중진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당적) 문제보다는 지금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존 속에서 적대적 정치를 양산해 온, 그러면서 만들어진 사회적 병리 현상들이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 역시 전날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여야 모두 독버섯처럼 자라난 증오 정치가 국민께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인정하고 정치 문화를 혁신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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