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중동 ‘석유없는 미래’ 준비한다 <3>
두바이 부촌 한인마트 ‘1004고메’ 가보니
중국산보다 비싸지만 잘 팔려
할랄인증 규제 등 장애물 많아
“미백·피부트러블 효과 입소문”
1~2년새 화장품 매출 200%↑
두바이=전세원 기자 jsw@munhwa.com
“중동에서 한국산 화장품은 피부 케어와 미백 효과가 뛰어나기로 유명합니다.”
지난해 12월 2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국제공항에서 자동차로 25분을 달려 도착한 ‘1004고메(1004 Gourmet)’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한국 화장품을 극찬했다. 알바샤 지역에서 왔다는 마흐라 알라피(19) 씨는 “이 매장엔 품질이 우수한 한국 화장품이 많아 한 달에 두 번은 방문한다”면서 “코스알엑스 제품이 피부 트러블과 미백효과에 탁월하다는 입소문을 듣고, 수년 전부터 이곳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알라피 씨는 친언니와 동네 친구들과 함께 1004고메의 화장품 매장인 ‘라미즈(LAMISE)’를 찾았다. 알라피 씨의 친구인 미라 파하드(19) 씨는 “유튜브로 방탄소년단(BTS) 등 K-팝스타들을 처음 접하면서 한국 문화를 좋아하게 됐다”면서 “영국 런던의 한식당에서 코리안 바비큐를 맛있게 먹은 적이 있어 두바이에서도 김밥과 떡볶이를 자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매장 내에서 50여 분간 에센스와 세럼 등을 직접 얼굴에 테스트하고, 직원의 추천을 받는 등 꼼꼼히 따져보고 제품을 가득 사서 나갔다. 필리핀 출신 직원 메리 산토스(36) 씨는 “두바이 손님들은 피부 트러블에 민감해 한국산 제품을 애용하고 있다”며 “스킨케어 외에도 색조 화장 등이 인기가 많은데, 최근 1∼2년간 한국산 화장품 매출이 200%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중동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아시안 식품 유통 종합회사인 1004고메는 코스알엑스와 구달 등 국내 화장품 제품이 있는 ‘K-뷰티’ 매장과 불고기비빔밥 등 ‘K-푸드’를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입점해 있다. 화장품을 포함해 파프리카(충남 논산시)·배(전남 나주시)·포도(충남 천안시)·샤인머스캣(경북 상주시) 등 우리나라에서 직수입한 농산물 등 3000여 개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1004고메가 위치한 ‘그린스(Greens)’ 지역은 우리나라 교민과 부유한 외국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고급 주거지역이다. 일대 주민의 월수입이 1000만 원을 훌쩍 뛰어넘을 만큼 소득 수준이 높아 두바이 내에서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과 같은 ‘전통 부촌’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날 매장에 들어서니 입구에서부터 경남 산청군에서 직수입한 달콤한 금실 딸기향이 가득 퍼져 있었다. 직수입한 신선과일은 높은 가격이 책정되지만, 매주 수요일이면 대부분 팔려나간다. 우리나라 콩나물의 경우 300g당 30디르함(약 1만610원)으로, 중국산보다 4∼5배가 비싸게 매겨졌으나 신선도가 높고 맛이 좋아 소비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하지만 1004고메 등 중동 내 ‘K-식품’ 매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라면이다. 특히 불닭볶음면 등 국물 없는 라면이 압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또 UAE 수도 아부다비의 대표 휴양지이자 핫플레이스인 ‘야스베이’ 내에 최근 오픈한 고급 한식당 ‘누리’가 현지 맛집으로 떠오르면서 한식당 역시 중동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중동 내 K-푸드 시장을 확장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장벽들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한우 등이 ‘할랄식품’ 인증을 받기까지 적용받는 규제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유통과 외식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와규(和牛)’는 중동 국가들의 인증을 받은 일본 내 시설에서 도축된 이후 수출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할랄 인증을 대부분 개인이 해결해야 한다. 김홍림 1004고메 운영총괄(전무)은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식품 중 하나인 고추장과 쌈장 등 전통 소스류는 ‘주정’ 성분 탓에 현지 규정에 따른 할랄 인증을 받아 중동 시장에 들여오기까지 많은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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