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독립운동에 바치고 제주 4·3 사건 당시 무고한 양민을 살린 고 문형순(1897∼1966) 전 모슬포경찰서장이 국가유공자가 됐다. 4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국가보훈부는 문 전 서장에 대한 6·25 참전유공자 등록을 마쳤고 그 결과를 경찰에 통보했다. 지난해 7월 참전유공으로 서훈을 요청한 지 5개월여 만이다.
그동안 경찰은 ‘제주판 쉰들러’로 불리는 문 전 서장의 독립운동 역사자료를 발굴해 독립유공자 심사를 국가보훈부에 6차례에 걸쳐 요청했으나 입증자료 부족 등의 이유로 독립유공자로 서훈을 받지 못했다.
경찰은 문 전 서장이 한국전쟁 당시 경찰관으로 ‘지리산전투사령부’에 근무한 이력을 확인하고 독립유공이 아닌 참전유공으로 국가보훈부에 서훈을 요청해 이번에 국가유공자로 선정됐다.
그는 제주 4·3 광풍이 휘몰아친 1949년 모슬포경찰서장으로 근무하면서 즉결처분을 앞둔 백여 명의 목숨을 구했고, 성산포경찰서장으로 일한 1950년에는 군 당국의 예비검속자를 총살하라는 명령서 상단에 ‘부당(不當)함으로 불이행(不履行)’이라는 글을 써 돌려보내 상부의 명령을 거부, 주민 295명의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