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빵요정의 세상의 모든 디저트 - 도쿄 긴자 ‘웨스트’
어린 시절 가게에서 즐겨 사 먹었던 과자를 떠올려봅니다. 겹겹의 파이지를 쌓아 만든 바삭한 식감의 과자는 떠올리기만 해도 즐겁습니다. 공장에서 만든 제품인 만큼 진짜 버터가 아닌 가공 향을 입힌 제품이었겠지만, 오랜 시간 사랑했던 익숙한 맛은 늘 항상 좋았던 추억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얼마 전 소금빵의 원조라 불리는 일본 도쿄의 빵집을 소개했습니다. 이번에는 이 나뭇잎 파이의 원조라고 알려진 도쿄의 오랜 디저트 전문점을 다녀왔습니다. 실은 일부러 목적지로 삼고 방문한 것이 아니라 숙소로 향하던 길에 오후부터 길게 줄을 늘어선 작은 디저트 테이크아웃 부스를 발견하게 된 게 그 시작이었습니다. 짐이 많았던 터라 대로를 건너 그곳을 바로 방문하기 어려워 얼른 숙소에 짐을 맡겨 놓고 부리나케 달려갔습니다.

긴자 웨스트 앞에 2개의 줄이 생겨났습니다. 하나는 바로 구입이 가능한 부스를 향한 줄, 그 옆의 하나는 카페로 들어가는 이들을 위한 줄이었습니다. 긴자 웨스트라는 브랜드를 익히 듣기도 했고, 심지어 선물로 구움 과자를 받아 맛을 본 적도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도쿄 긴자의 유명한 선물거리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제품들입니다. 실제로 그 현장을 만나게 되니 무언가 신기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더군요.
진열대의 수많은 종류의 구움 과자와 쇼케이스 안의 조각 케이크 앞에서, 부스를 지키고 있는 보타이를 맨 나이 지긋한 점원에게 추천을 청했습니다. 가장 강력하게 추천해준 메뉴는 빅토리아란 이름의 빨간 빛깔의 잼이 가운데 들어간 사블레 쿠키와 오늘의 주인공 나뭇잎 파이입니다. 리프(Leaf)파이라고 부르는 이 과자는 긴자 웨스트의 시그니처 중 하나입니다.
1947년 문을 연 후 지금까지 도쿄 긴자라는 부촌에서 그 명맥을 이어 온 작은 양과자점 긴자 웨스트의 리프 파이는 좋은 버터를 넣어 파이 반죽을 밀어 겹겹의 버터 향 가득한 극적인 풍미를 불어넣고, ‘자라메’라 부르는 굵은 입자의 설탕을 겉면에 붙여 달콤한 맛을 더했습니다. 고급 나가사키 카스텔라를 먹을 때 바닥면에 씹히는 그 설탕이 바로 자라메 설탕입니다. 단순히 버터와 설탕의 조합만으로도 당연히 맛은 보장이 되지만, 역시 이곳만의 디테일이 살아 있었습니다.우리나라에서도 만날 수 있는 이 나뭇잎 파이는 홍차와의 조우도 아름답지만 제게는 진하디진한 쓴 검은 커피와 함께 먹었을 때 짜릿하게 즐거운 기분이 듭니다. 과거 버블시대 일본의 단면을 일깨우는 시티팝이 최근까지 다시금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화려하고 스킬이 많이 들어간 디저트보다는 나뭇잎 파이처럼 기본이 되는 맛들에 마음을 더 빼앗기곤 합니다. 아마도 올해는 디저트들의 근원을 찾아가는 기사를 위해 맛있는 여행을 자주 떠날 것 같습니다.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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